한·중·일 공동 역사 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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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와 시민단체 인사 54명이 4년에 걸쳐 준비해 온 공동 역사 부교재(참고서)인 '미래를 여는 역사'(한겨레신문사 출판)가 26일 출간됐다. 동아시아 3국간 '역사 분쟁의 지뢰밭'인 근현대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한국에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를 중심으로 23명의 역사학자.교사가 집필에 참여했다. 일본에선 '어린이와교과서전국네트위크21'을 중심으로 14명이, 중국에선 롱웨이무(榮維木)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주필 등 17명이 뜻을 합쳤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26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출간기념회를 열고 3국의 집필자들이 내용 합의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했던 쟁점들을 공개했다. 피해자였던 한국.중국과 가해자인 일본의 시각에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던 것이다. 3국 전문가들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난징 대학살 등에 대해 일본 측은 가해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한국.중국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식으로 합의를 이뤄나갔다.

일본의 한국 강점에 대한 표기는 '한국병합'으로 통일했지만 불법성이 있었음도 명기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일본 민중도 피해를 보았음을 서술한 점도 주요 특징. 중국측은 공산당 중심의 역사 서술을 벗어나 항일전쟁 시기 국민당 관련 사실을 명기하는데 합의했다.

당초 동아시아 근대사를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부터 문제가 됐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과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일본의 주요 사건을 기준으로 시기를 구분하려 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19세기에 3국이 각각 전개한 근대국가 건설 과정을 소개하면서 일제의 강점 등 외부 요인을 함께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결과는 한국과 중국측 의견을 일본이 받아들여, 책의 목차를 '개항 이전의 삼국''개항과 근대화''일본 제국주의의 확장과 한.중 양국의 저항'등으로 나눠 3국의 내부 변화와 국제 관계를 나란히 서술하는 것이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의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개별 국가사를 넘어 동아시아 역사를 미래 평화적 관점에서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가 작업의 핵심"이라며 "고구려사 등 전근대사를 포괄하는 공동 역사 교재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롱웨이무 주필은 "이 책이 중국에선 6월초 나올 예정"이라며 "4년간 서로 토론하는 과정에 학자들조차도 잘 몰랐던 상대 국가의 역사에 대한 입장을 새삼 확인하는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어린이와교과서전국네트워크21'의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사무국장은 "일본에서도 동시 출간된 '미래를 여는 역사'를 들고 문제의 '후소샤판'역사교과서가 일본의 중학교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저지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27일자 23면 '한.중.일 공동 역사 부교재 출간' 기사에서 부교재의 제목은 '내일을 위한 역사'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역사'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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