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마라톤한국」시대 다시 오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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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마라톤을 살려보자는 캠페인이 세차게 일고 있다.
세계수준에 까마득히 뒤진채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기도 했던 한국마라톤에 불어닥친 전례없던 새바람이자 낭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고 구체적이고도 실효성있는 진흥책이 잇따라 제시돼 어떤결실을 기대해 볼만할 정도다.
17일 코오롱의 이동찬회장은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2시간10분대 이내의 기록수립자에게 1억원, 2시간15분대이내일 경우엔 5천만원의 연구장려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현재 한국최고기록은 2시간16분15초로 74년 문흥주가 세운 것. 그러나 셰계기록은 2시간9분13초(81년10월·미국「로베르토·살라자르」).
74년 문흥주이후 7년동안 국내 마라톤 기록이 고작 2시간20분을 오락가락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수년안에 1억원 수혜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고 5천만원의 주인공은 멀지않아 등장할 공산이 크다.
이회장의 연구장려비지급사업은 11월부터 88년까지 유효하다. 또 기준기록 해당자가 생기면 1회지급으로 끝나버리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침체한 한국마라톤에 상당히 세찬 활기를 불어넣는 자극제가 될것임엔 틀림없다.
매년 11월에 거행되는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에도 작년부터 대원전기가 3백만원(한국신기록에 2백만원, 2시간19분대이내선수에게 1백만원)의 장려금을 걸고 있으나 액수가 크지 않은(?) 탓인지 효과를 못보고 있었다.
한국스포츠가 낙후해있는 여러가지 원인중 하나가 운동에 전념할수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것이다.
따라서 「상금」이 아닌 「연구장려금」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써서라도 이와같은 금전적 충격요법으로 비약을 꾀해보자는 발상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회장은 이의에도 자신의사업체인 코오롱스포츠가 대한육상경기연맹과함께 내년4월 고교단축마라톤대회를 창설, 마라톤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앞서 경북육상연맹은 도내 30개 시·군대항 중·고교역전경주대회를 창설, 이달하순6백여명의 신인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개최하며 이와 유사한 마라톤 혹은 장거리경주대회가 각지방에서 잇따라거행될준비가진행중이다.
또 코오롱·대림산업등 다수의 기업들이 마라톤팀의 창설방침을 굳히고 작업에 착수한것도 한국마라톤재건을 위한 급작스런 몸부림이며 서울의 우신고를 비롯, 전국의 다수 중·고교가 육상육성지경학교가 되기를 자청하고나서고있음도이례적인현상이다.
그러나 실업·대학의 육상팀들은 내년봄 고교졸업선수중 스카우트할만한 재목이 없다고 하소연.
이때문에 코오롱이나 대림산업등의 팀창설계획은 내년으로 미뤄질 형편이며 기존의 실업·대학육상부도 마라톤선수보강엔 손을 놓고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최소한 81년도 고교3학년의경우 마라톤의 황폐가 극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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