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간접투자 이렇게] 펀드 투자도 거품 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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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부동산 간접투자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반리츠는 까다로운 설립조건 때문에 나온 지 4년이 되도록 판매 실적이 없다. 요즘 인기를 끄는 부동산펀드는 상품 출시가 1년밖에 되지 않아 점수를 매기기엔 이르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목표 수익률을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최종 정산 단계에서 약속한 수준을 밑돌면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실제로 벌써 실패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전문가들은 '실력 없는 펀드'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도 명확지 않고, 부동산 전문 인력이 없어 외부에 의존하는 자산운용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판단할 근거는 오로지 판매.운용사의 브랜드일 뿐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금융 쪽 전문가는 많은데, 부동산 투자기법에 어두워 펀드 발매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충남 아산 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한 부동산펀드 850억원 어치를 판 지 한달 만에 청산했다. 사업이 무산된 탓이다. 이 펀드는 지난달 시행사가 아파트 지을 땅을 모두 사지 않았는 데도 무리하게 펀드를 팔았다. 다행히 위약금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주진 않았지만 펀드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셈이다. A자산운용사 임원은 "부동산 개발의 현실을 잘 모르는 펀드 운용.판매사가 무턱대고 덤비다 낭패를 본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지난 1월 현대증권.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판 부동산경매펀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거품이 있다. 당시 순식간에 1500억원을 모았지만 4개월의 '배타적 판매기간(경매펀드에 대한 독점판매 인정기간)'이 끝나도록 경매로 확보한 물량은 한 건도 없다. 집값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전남 순천의 250억원짜리 미분양 아파트만 통째로 사들인 게 전부다. 나머지 1250억원은 잠겨 있다. 발매 당시 회사 측은 "투자 가능한 100억~1700억원 대의 오피스빌딩을 이미 봐뒀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12일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경매펀드를 내놨으나 170억원 어치만 팔렸다. 부동산펀드 모집 과정에서 목표 금액을 못 채워 판매 대행사인 증권사가 남은 금액을 떠안기도 한다. B자산운용은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사업에 투자한다며 펀드를 내놓았으나 금액이 미달하자 나머지를 증권사에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공모가 부진해 판매 대행사가 미매각 금액을 인수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털어놨다.

?투자할 때 짚어볼 것은=먼저 안전장치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조기 청산한 KB부동산펀드도 위약금 30억원을 시행사측에서 받기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펀드약관.상품설명서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 펀드의 운용 방식과 안전장치 등이 다 나와 있다.

부동산펀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은 시공사를 보면 된다. 대형 건설사가 원리금 지급을 보증했다면 위험이 작다. 시공사의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낮은 곳이 낫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낮을수록 시공사의 재무구조가 우량하다는 증거다. 임대형은 입지여건을 봐야 한다. 임대가 잘 되지 않는 곳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 경매펀드는 운용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좋은 경매.공매 물건을 싼값에 확보하느냐가 수익률의 잣대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곳에서 파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해외부동산펀드의 경우 외국계 부동산금융회사인 도란캐피탈 야야 로버트 차장은 "해당 지역에서 사업 경험이 있어 투자 환경.정책 변수 등을 꿰고 있는 건설업체와 협력한 펀드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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