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송이, 가을 가뭄에 콩 나듯 수확량 급감에 '금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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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야산에서 송이를 캐는 모습. 캔 자리는 떨어진 포자가 자랄 수 있도록 꼭 눌러놓는다. [최승식 기자]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2일 오전 5시50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주민 10명이 길을 나섰다. 송이를 따기 위해서다. 목적지는 임대료 181만원을 내고 관리권을 받은 38만㎡ 규모의 국유림. ‘탕양재’란 지역을 맡은 김성극(48)씨도 이날의 송이 채취꾼 중 한 명이었다. 50~60도 가파른 산을 지그재그로 오르기를 한참. 오전 7시쯤 송이 하나를 발견했다. 조심스레 송이를 캐어 배낭에 넣은 김씨는 송이가 있던 자리를 정성스럽게 눌러 정리했다. “그렇게 해야 또 송이가 난다”는 이유였다. 2시간30여분 동안 산을 누비며 김씨가 딴 송이는 6개였다.

 오전 9시쯤 산촌생태관 앞으로 돌아왔다. 10명이 딴 송이를 모두 모으니 약 30개, 3㎏ 정도였다. 김씨는 송이를 많이 딴 편이었다. 1등급 판정을 받은 1개와 4등급 1.4㎏은 양양송이영농조합 공판장에 넘기고, 등급외 판정을 받은 나머지 약 1.5㎏은 자체 판매했다. 외지인들로부터 미리 주문 받은 것을 자체 판매하는 것이었다. 시세는 1등급이 ㎏당 70만원. 올해는 송이가 잘 나지 않아 지난해 (㎏당 40만~50만원)보다 값이 뛰었다.

 송이가 제철을 맞았다. 하지만 올해는 송이꾼들이 콧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예년에 비해 송이가 잘 나지 않아서다. 애초엔 송이 풍년을 예견했었다. 8월에 비가 많이 와 버섯에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들어 가뭄이 들고 기온이 높았던 게 문제였다. 송이는 가을에 지표면 온도가 떨어져야 많이 나는데 올 9월에는 낮 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운 날이 많았다. “송이를 따려고 치른 산 임대료마저 뽑지 못할 상황”이라는 송이 채취인들도 상당수다.

1·3·5등급 송이를 왼쪽부터 차례대로 늘어놓았다. 송이는 갓이 덜 퍼지고 몸체가 길수록 상품으로 꼽는다. 양양에선 사진처럼 색깔이 다른 종이띠로 등급을 구분한다. [최승식 기자]

 그나마 송이 산지 중에 지난달에도 비가 꽤 온 경북 영덕군은 괜찮은 편이다. 그보다 북쪽으로 갈수록 강수량이 적어 송이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시세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달 초 1등급 기준으로 영덕 송이는 ㎏당 40만원, 봉화 송이는 ㎏당 60만원, 양양 송이는 70만원 선이다.

 국내에서 송이는 2000년대 들어 산출량이 급감했다. 토양이 비옥해진 까닭이다. 송이는 원래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 그런데 솔잎을 땔감으로 쓰지 않게 되면서 솔잎이 썩어 땅에 자양분이 풍부해졌다. 그러면서 송이 산출량이 줄었다. 지구 온난화 역시 송이 산출량을 감소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국산 송이의 빈자리는 수입 송이가 메우고 있다. 처음엔 북한산 송이가 들어왔다. 요즘은 북한산 외에 중국·미국·캐나다 송이도 들어온다.

 한국·북한과 중국 동북 지역 송이는 같은 유전자를 지녀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 동북 지역 송이는 다소 검은색을 띤다. 북한 칠보산 송이는 고지대에서 자라 다소 작으면서 단단하다. 미국·캐나다 송이는 노란색을 띠며 머리에 비해 몸체 길이가 다소 짧다. 향도 덜하다. 기본적으로 수입 송이는 몸에 흙이 묻어 있지 않다.

 최근에는 ‘3세대 송이인’들이 나타났다. 1세대는 1960~90년대 송이 수출회사 대리인, 2세대는 그 이후에 나타난 개인 판매상, 3세대는 요즘 송이의 부가가치를 높여 판매하거나 수출을 모색하는 50대들이다. 한마음식품 최종익(51) 대표는 “5~6년 전부터 중국인들이 송이를 먹기 시작하면서 송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국산 송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 “이라고 밝혔다.

양양=이찬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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