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 보호법|전세자 보호에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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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세입주자보호를 위해 3월5일 공포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과정에서 많은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법 시행 후 8개월 동안 서올YWCA시민중계실에는 『법의 맹점을 이용한 소유주들에 의해 길거리로 쫓겨나는 피해자들이 늘고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11일 현재 접수된 전세피해건수만도 5백40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법이 마련되기 전인 지난해 1년 동안의 4백1건에 비해 34.7%가 늘어난 것으로 법제정 이전보다 소유주와 전세입주자 사이에 마찰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Y시민중계실에 접수된 피해내용 중 법의 허점으로 일어난 것은 ▲보호대상의 범위가 주거용에만 한정돼 있어 영업용건물을 전세로 얻었거나 점포에 살림방을 꾸몄을 경우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며 ▲전세권행사는 전세자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로 돼있어 전입신고를하기 직전에 소유주가 제3자에게 건물을 저당잡히거나 넘념겼을 때는 전세권의 채권우선순위가 밀려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전세자가 전입신고를 통해 전세권을 갖는다 해도 따로 전세등기를 하지 않으면 등기부에는 기재가 되지 않아 소유주가 제3자에게 넘길 경우 전세자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을 치러야 하는 2중 부담을 안고있다.
성낙원씨(34·경기도 광주군 동부읍 덕풍4리)는 점포 겸 주거용건물을 얻었다가 피해를 본 케이스.
성씨는 지난3월10일 복덕방으로부터 전입신고만 하면 전세등기를 하지 않아도 전세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건물주 민모씨(50·여)에게 보증금 3백50만원을 주고 방1개가 딸린 점포를 얻은 뒤 3월27일 전입신고를 마쳤다.
1년간 전세를 얻은 성씨는 지난달 갑자기 서울신탁은행으로부터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경매처분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확인해보니 민씨가 이 건물을 담보로 지난4월 신탁은행에서 1천여만원, 김모씨로부터 지난9월30일 4백80만원에 근저당한 사실을 알았다.
성씨는 법에 호소하려 했으나 가옥대장에 전세든 건물이 점포로 돼있어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또 지난4월20일 집주인 정모씨와 4백80만원에 전세계약을 한 박금순씨(28·서울 매경1동l40의29)의 경우 5월13일 잔금을 모두 치르고 5월16일 전입신고 한 뒤 입주했는데 지난 7월27일 집에 대한 가등기를 담보로 집주인 정씨에게 1천5백만원을 빌려주었다는 고모씨가 나타나 『8월14일까지 집을 비우지 않으면 양도청구를 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전세금을 치를 때 등기부를 열람, 가등기나 근저당된 것이 없는 것을 확인했던 박씨는 다시 등기부를 열람한 결과 주인 정씨가 전입신고를 하기 2일 전인 5월14일 고씨에게 가등기를 해준 것으로 돼있어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Y시민중계실 법률상담자는 『소극적인 보호에 그치고 있는 현행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보완해 전세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한다』면서 보완책으르 ▲전세계약을 하고 전세금을 치르면 전입신고를 하기 전이라도 계약시민으로 전세권의 법적효력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주거용 점포주택도 보호대상에 포함시키며 ▲소유주가 전세를 받았을 때는 등기부에 전세등기를 하도록 의무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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