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미테랑」국유화정책, "뒤통수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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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요산업 및 기업의 국유화, 부유세와 실업세의 신설등 갖가지 경제조치들을 내놓고 있는 프랑스의「미테랑」정부는 한국유화대상기업의 반발에 부딪쳤다.
국유화의 대상이된 금융그룹 파리바사가 스위스의 자회사를 외국투자회사에 팔아넘김으로써 국유화방침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미테랑」정부는 이 뜻밖의 복병에 당황한 나머지 금괴의 부정처분등 이 회사의 부정을 들춰내『경영진을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그러나 프랑스경제계와 세계금융계는 파리바사에 동조하는 쪽이다. 파리바사는 세계41개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규모 금융투자회사. 10월초 이 회사가 제네바에 있는 자회사 파리바스위스사를 스위스의 투자회사인 파르게서 홀딩사에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프랑스경제계에 나돌기 시작했다.
「모르와」수상은 이에대해『시민의식의 결여이며 정부의 국유화방침에 물을 끼얹는 게릴라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드로르」경제재정상은 파리바사의「피에르·무서」사장으로부터『이 사회는 스위스자회사의 매각에 반대하며, 나도 그 회사가 팔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아냈다.
그리나 개막교섭은 진행됐고 이를 막겠다고 약속했던「무서」사장마저 사임해 버렸다. 10월30일에는 파르게서사에 의한 파리바스위스사의 주식52.3%매수가 정식으로 발표됐다.「모르와」수상은 즉각「무서」사장의 사임을『배신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분노를 터뜨렸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한편 「미테랑」의 경제팀들은 이 사건을 외국자본가에 의한 연출로 보고 있다. 외국자본가들은 국유화정책 때문에 투자자본의 대폭적인 감소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이번 사건을 유발시킨 동기라고 그들은 주장한다.「미테랑」정부는 파리바사의 국유화보상금으로 36억프랑 (4천6백80억원)을 계상하고 있지만 스위스의 파르게서사는 파리바스위스자회사만을 23억프랑 (2천9백90억윈)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미테랑」정부는 주당 7백프랑 (9만1천윈·현재는거래정지중)으로 추정되는 주를 2백20프랑 (2만8천6백윈)으로쳐서 그것도 거치 15년의 장기국 채로 상환해 주겠다고 했으니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주주들은 프랑스정부가 이 회사의 해외자산까지 국유화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 벨기에·서독·영국·스위스 등에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미테랑」정부는 이사건이 다른 국유화대상기업들에 파급될 것을 우려,파리바사에 대한 법적제재를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회사가 지난해에 3만5천개의 금괴(37억7천만원어치)를 캐나다에 부정유출했고 스위스 은행에도 외화를 불법 반출했다는 혐의를 잡고 이 회사의 간부들을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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