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이"…한국의 종교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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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의 경우 현재 개신교 교회수(4천7백개)가 다방수(4천4백개소)보다 더 많다. 밀집한 아파트단지와 빌딩의 수많은 임대교회들의 십자가가 이같은 통계를 실감케 한다.
70년대 초만 해도 4백만명이던 기독교 구세는 10년도 안돼 7백만명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각 종교의 신도수는 ▲불교신드=1천2백33만 ▲개신교=7백18만 ▲유교=5백18만 ▲가톨릭=1백32만명. 총 종교인구는 3천만명으로 전 인구의 8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80년 말 문공부 『종교통계』).
따라서 한국의 각 종교교세신장은 「세계적 경이」로 연구대상이 되고있다.
임의제출된 종교단체들의 신자수를 집계한 당국의 통계숫자를 그대로 신빙하는데는 문제가 있겠지만 날로 번성하는 각종 종교들의 교세확장만은 얼핏 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현상이다. 1년에 몇 차례씩 모이는 서울 여의도광장의 각종 신앙집회가 이루는 대성황과 신흥개발지역의 수많은 개척교회건립 등이 종교의 번성을 피부로 실감케 한다.
이같은 실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한국 종교들의 기적적인 성장을 다각도로 분석한 연구는 없다.
흔히 종교학자들은 놀라운 한국적 신앙의 확산요인을 『경제개발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간의 갭을 메우기 위한 욕구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분석은 신복욕망과 함께 종교가 갖는 2대 속성중의 하나인 가치관의 확립을 갈망하는 충동에 근거하는 것이다.
황필호 교수(동국대·종교철학)는 최근 한국종교들의 급성장을 가져온 중요요인으로 『사회적 불안과 미신적 신복성취욕』을 지적한다. 정치·경제·사회의 갑작스런 변혁에 따른 갈등을 종교에 귀의해 평정해보려는 위안심리가 신앙의 문을 두드리게 한다는 것.
뿌리깊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기도 한 기복신앙은 특히 70년대 한국의 많은 신흥종교를 낳게 했고 정통종교마저 「명 빌고 복 빌고 병 고치는 이적」지향적인 신도들까지 수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는 가족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아들·며느리·손자 등의 소원성취를 비느라고「기도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그는 『종교가 마치 미신적인 욕망들을 충족시켜 줄 듯한 자세로 부도활동을 벌이며, 무작정의 교세확장에만 현안이 돼있는 한국적 종교현실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윤이흠 교수(서울대·종교학)는 『70넌대 각 종교들의 교세성장은 기복성향의 신앙에 크게 자극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그는 전통과 근대화의 틈바구니에서 발생한 정신문화의 혼돈도 종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본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인생의 근본문제를 해결키 위한 나름대로의 가치기준과 세계관·인생관을 갈구하는 인간심리가 많은 사람의 발길을 종교로 돌리게 하고 있다는 것.
윤교수는 『정치신학·사회윤리학 등 지원을 받아 새로운 선교신학으로 등장한 기독교의 사회참여나 도시산업선교가 한국의 경우 교세확장에 다소의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중요요인은 못됐던 것 같다』고 분석한다. 「종교 백화점」을 방불케 한 70년대 각 종교들의 화려한 교세확장은 종교간의 배타성, 교파의 난립, 종권분규 등의 소망스럽지 못한 부작용을 남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들은 때로 종교계 밖의 사회문제가 돼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황교수는 종교간의 심각한 배타성은 『자기종교의 교세확장을 위한 지나친 정체성의 강조와 외국인 선교사들의 각용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종교지도자들의 포용성 회복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제 각 종교들의 기복성향과 배타적 갈등, 신앙의 상업화 등을 바로잡는 종교본연의 자세를 향한 회귀가 절실히 요망된다는 것이다.
윤교수는 『짐이 무겁고 괴로운 자는 나에게로 오라는 「성경」말씀이 성직자가 기복을 성취시켜 주는 것으로 더 이상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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