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갈 땐 노트 꼭 챙겨 연주자들 장점 꼼꼼히 적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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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와 기뻐요. 선생님뻘 되는 대선배님들과 함께 대기실에 앉아 있자니 쑥스럽더군요."

지난달 말 서울시향(음악고문 정명훈)의 오디션에서 4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플루트 수석 주자로 선발된 박지은(26.사진)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평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시향 부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의 지휘로 리허설을 한다. 6월 17~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디션 후 첫 정기 연주회를 위한 연습이다. 프로코피예프'교향곡 제7번''키제 중위 모음곡'등 낯선 프로그램들이다. 28일 구로구민회관 공연에서는 협연자로도 출연,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G장조를 들려준다. 또 6월 7일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첫 고국 독주회를 연다. 샤를 마리 위도.프랑크 마르탱.타파넬 등 의욕적인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훌륭한 플루티스트보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박진감 넘치는 러시아 음악을 좋아합니다. 2003년 KBS 신인음악콩쿠르에서도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플루트로 편곡한 작품을 골랐어요. 음악회에 갈 때는 노트를 꼭 들고가죠. 다른 연주자들의 걸음걸이.인사법.표정 등을 꼼꼼히 메모해서 참고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한 박씨는 예원학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맨해튼 음대에서 지니 벡스트레서 교수를 사사했다. 몬트리올.토론토 심포니를 거쳐 1984~2000년 뉴욕 필하모닉 수석 주자를 지낸 명교수다. 서미트 레이블에서 나온 '오케스트라 발췌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박씨는 2003년 귀국 후 충남 교향악단의 수석 주자를 지냈으며,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매년 여름 3주간 열리는 '내셔널 오케스트라 인스티튜트'캠프에 참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수석 주자를 맡았다. 지난해엔 기리시마(霧島) 국제 음악제 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1위에 입상했으며 패션 잡지 GQ에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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