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병서 경호 북 선글라스 누군가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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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남한을 전격 방문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양 옆엔 김일성 배지를 단 짧은 머리의 경호원이 밀착 수행했다. 이들은 짙은 선글라스를 낀채 경호통신을 위한 특수 이어폰 등의 장비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마치 서방국가 지도자급 인사의 방문 때 경호원과 유사한 모습이라 눈길을 끌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북한 고위인사의 방문때는 없던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등장한 새로운 방식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황병서는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에 이어 북한군 2인자다. 군부 인사란 점에서 경호는 우리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에서 담당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대북정보 핵심 관계자는 "군 경호인력이 아닌 호위총국 요원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총국 요원들이 남한행에 나선 황병서의 신변보호를 책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 관계자는 "김정은이 자신의 경호인력을 이번 대표단에게 내 준 것"이라며 "그만큼 이번 방문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정보판단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경호를 맡고있는 호위총국은 최고지도자(김정은)를 담당하는 1호위처와 부인 이설주 등 직계가족을 포함한 평양 로열패밀리의 신변을 챙기는 2호위처, 그리고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움직이는 3호위처로 구분된다. 김정은도 후계자 시절에는 2호위처의 보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위총국 요원은 오직 김정은의 명령만 따르도록 훈련돼있다. 핵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남한 내에서 황병서 일행이 돌발행동을 하거나 위기에 처할 경우 이들을 처리한 후 자결하는 대응 시나리오까지 세워 훈련받는 정예요원들"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위해나 테러시도에는 신변경호로 대응하지만, 탈북망명 시도나 제3의 세력에 의한 납치 등의 위험이 닥치면 극단적인 방법으로 북한 체제의 보안을 지키는 훈련이 되어있다는 얘기다.

황병서의 일행의 이번 방문으로 남북간 경호 공조도 이뤄졌다고 한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경호·의전에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경호인력이 동원됐다. 우리 인력의 경우 방문 손님이 북측 고위인사의 경호에도 신경을 써야했고, 이 과정에서 북측 요원들과 자연스레 동선조정이나 경호분담 등의 협력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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