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성장, 환란 때 구조조정 잘못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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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우중

“저는 세계경영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여러분이 해외로 눈을 돌려 더 큰 꿈을 완성해준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없을 것입니다.”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강연 중 10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옛 얘기를 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했다.

 2일 오전 연세대 상경대 각당헌(강당)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다. 그는 연세대 56학번(경제학)이다. 이날 강연을 한 상경대 건물은 후원 회사의 이름을 따 ‘대우관’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다. 김 전 회장의 모교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고, 국내 공개 강연은 대우 해체 후 16년 만이다. 김 전 회장은 미리 준비한 11장 분량의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강연을 했다. 준비된 얘기만 한 셈인데 말속의 뼈를 굳이 숨기진 않았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그 원인을 기업에 돌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을 시행한 데서 지금의 어려움(저성장)이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자신감 있게 대처했으면 충분히 우리 힘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이 하라는 대로 하니 우리 경제에 많은 불이익을 가져왔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우 기획해체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발간된 책 『김우중과의 대화』 등을 통해 관료들이 의도적으로 대우그룹을 해체했다고 주장해왔다.

 모교 강연인 만큼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많았다. 김 전 회장은 “자신감을 갖고 해외에 진출하면 선진국보다 더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분이 제2의 창업 세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삶의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싶다”면서 후학 양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세계경영 현장 멘토링’이 그 일환이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다음 달 15일까지 전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세계경영을 펼칠 아이디어’를 주제로 공모전을 진행한다.

이현택·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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