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한숨 … 삼성·LG 주요 계열사 이공계만 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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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구직난은 올 하반기에도 여전히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용 평가기준이 ‘스펙(어학점수·학점·자격증 등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조건)’에서 ‘실무 능력’으로 옮겨 가는 추세여서 어문학·철학 등을 전공한 인문학도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인문계 출신을 선발하지 않는 곳은 6개다. 삼성전기는 이번 공채에서 연구개발직만 모집한다. 전공은 전자전기·기계·재료금속·화학 등 이공계로 한정했다. 인문계 출신이 지원하는 영업과 경영지원 분야는 올 하반기 모집공고에서 빠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연구개발직과 소프트웨어 직군에서만 신입사원을 뽑는다.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BP화학·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공계 전공자만 선발한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포스코ICT 등도 지난해엔 인문계 출신을 일부 모집했지만 올해엔 뽑지 않기로 했다. 이달 18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LG화학은 이공계 학사 출신만 채용했다. LG디스플레이도 공정장비 분야에서 전자전기·화학·기계공학 전공자만 모집했다.

 몇몇 대기업이 역사 등 인문학적 소양을 전형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 역시 인문계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현대차나 GS 같은 경우에는 한국사 과목만 인·적성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문학을 모른다는 이유로 구직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움을 겪진 않을 전망이다. 변지성 잡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기업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고 밝히면서 지원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 있다”며 “정확히 기업이 원하는 건 올바른 역사관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문과 취준생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취업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특정 언어 등은 되레 전공자가 눈에 띄게 줄어 기업들이 애로를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본어 전공자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영어와 더불어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국어 구사자는 눈에 띄게 늘었지만 정작 여전히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말에 능숙한 자원들은 크게 부족해 일선 현장에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마인어(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쓰이는 언어), 베트남어 같은 특정 언어 전공자들 역시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롯데그룹이 2011년부터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에 대형마트·백화점을 입점시킨 덕분에 이들 언어 전공자들은 다른 구직자들에 비해 취업문을 쉽게 통과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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