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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깨끗하고 싼 에너지 만드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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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문재도
산업자원부 2차관

에너지 산업에 있어 안정적 에너지수급 못지않게 부각되고 있는 문제가 기후변화 대응이다. 지난 24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답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로 인식하고 에너지 신산업에 적극 투자한다면 세계는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신산업이 무엇이기에 대통령까지 나섰을까?

 에너지 신산업은 그 나라 에너지 산업 수준과 수급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1970년대와 8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 후 대체에너지를 찾던 때에는 원자력·가스 산업이었고, 기후변화와 높은 에너지가격이 문제인 지금은 화석연료 저감과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 신산업이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강의’ 저자인 UC버클리대 뮬러 교수는 에너지 신산업 토론회에서, “가장 깨끗하고 값 싼 에너지는 에너지 절약”이라고 했다. 에너지 전량을 수입하는 현실에서 에너지효율 제고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시작한 스마트그리드사업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IT·전력 결합기술과 사업모델도 개발되었지만 낮은 전기요금과 민간사업자를 위한 산업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전기와 다른 에너지와의 가격구조를 합리화하는 상대가격체계 개편에 시동을 걸었고, 토론회에서도 산업부는 에너지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자규제를 기존 포지티브방식(원칙적으로 불허)에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력수요관리사업자가 아낀 전력을 발전사업자와 똑같이 시장에서 보상받는 네가와트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한국전력공사도 수요관리데이터를 개방키로 했다. 새로운 에너지효율기술의 산업화 여건이 착착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이달 3일 열린 중국 북경 APEC 에너지장관회의에는 아태지역 21개국 장관들이 모여, 세계 에너지의 절반을 소비하는 이 지역의 ‘에너지효율과 청정에너지 확대’ 문제를 논의하였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큰 변화를 겪는 가스시장 효율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었지만, 에너지 효율개선산업이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은 수십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그린빌리지 사업을 소개했고, 중국은 ‘APEC에너지지속가능센터’를 설립해 회원국의 기술·인적 교류를 주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하고 관광자원화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과 건물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제로에너지빌딩’을 소개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를 융합한 시스템의 기술타당성과 경제효과를 APEC차원에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에너지 신산업은 우리 노력에 따라 가장 앞설 수 있는 분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민간이 쉽게 참여하는 시장, 이를 선도하는 기술, 세계시장 진출’의 방법론이 제시됐다. 조선·반도체산업을 일으켰던 기업가정신을 여기에 더하고 좀 더 잰걸음으로 준비한다면 우리가 바로 21세기 에너지강국이 될 수 있다.

문재도 산업자원부 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