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고수에게 듣는다] 금리 인상에 요동치는 시장, 그 이유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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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호 18면

금리를 인상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경기가 둔화하고 주가가 떨어질까?

1980년 이후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경우가 네 번 있었다. 2004년이 가장 최근의 예인데 기준금리를 1%에서 5.25%로 올렸다, 네 번 모두 금리 인상에도 경기가 좋아졌다.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한 건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이 되고 난 후, 기간 상으론 처음 금리 인상이 있고 5년이 지나면서부터였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 인상은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 회복이 확실해진 후 시작된다. 이때에는 경기가 확장되는 힘이 금리가 누르는 힘보다 강해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금리가 낮아 여러 차례 인상을 하더라도 부담이 없는 점도 역할을 했다.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건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비슷해진 후부터였다. 이때에는 기준 금리가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등을 모두 반영한 상태가 되므로, 금리 인상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 미국의 기준 금리가 0.25%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 금리는 2.7% 정도로 둘 사이에 2.5%P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0.25%씩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할 때 10번의 인상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직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과 무관한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일러스트 강일구

기준 금리 인상이 시중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대부분 투자자가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 금리도 덩달아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1994년을 제외하고 그런 사례가 없었다.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이 있기 3개월 전부터 시장 금리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고 나면 시중 금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의 12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둘 사이의 격차가 두 배 정도였던 걸 감안할 때, 국채 금리가 상당히 높은 상태라 보는 게 맞다. 기준 금리는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지나치게 낮아졌지만, 최근 경기 회복을 반영해 시장 금리가 상승한 결과다. 둘의 격차를 고려할 때 내년 하반기에 Fed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금리와 경기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왜 시장은 금리 얘기만 나오면 요동을 치는 걸까?

우선 막연한 두려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금리와 주가의 관계를 보면, 금리 인상이 시작될 때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가가 흔들리지만, 실제 인상이 이루어진 뒤에는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번만의 특이한 요인도 있다. 기준금리가 바닥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길고, 그 시간 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2008년 12월에 Fed가 기준금리를 처음 0.25%로 낮췄다. 지금까지 70개월을 금리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 된다. 첫 번째 인상을 내년 상반기 말쯤으로 가정하면 그 기간이 80개월을 넘을 수도 있다. 이전까지 기준 금리가 바닥에서 가장 오래 머문 때는 92년 9월에서 94년 1월까지 17개월이었다.

기준 금리가 0.25%에 머물고 있는 동안 주가가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과거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주가 상승률이 20%를 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90년대는 미국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활황을 기록했던 시간이었다. 미국 경제가 80년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회복했고, IT, 금융 같이 미국이 강점이 있는 산업이 세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다우지수가 처음 1만을 넘었고 나스닥도 5000을 돌파했다. 당시 미국의 주가 상승률은 68개월 동안, 203.4%였다. 금리가 0.25%에 있었던 지난 5년간 미국 주가가 172% 상승했다. 과거 같으면 경기가 바닥을 친 후 수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 회복이 마무리될 때까지 주식시장에 나타났던 모습이 금리 최저점에서 다 나타나 버린 것이다.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주가는 떨어질 수 있고,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시장이 과거와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주식시장의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아니다. 주가다. 주가에 따른 부담이 남아있어 언제 금리 인상이 시작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9개월 넘게 선진국 주식시장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그나마 나은 상태지만 작년보다는 상승률이 현저히 낮다. 한 달 전만 해도 박스권 돌파를 당연시하던 우리 주식시장이 다시 박스권으로 들어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 높은 주가에 따른 부담이 국내외 시장에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만큼 거짓이 없다고 한다. 눈 앞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는 지금이 과거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특이한 상황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시간이 지나 결과를 보면 지금도 과거와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금리와 주가의 동시 상승이라는 정형화된 결과를 남길지, 아니면 진짜 다른 형태가 될지에 관한 해답은 금리보다 주가가 쥐고 있는 것 같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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