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문자 외 기능 잠그니 하루 두 시간 자유 생겨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부할 때, 밥을 먹을 때, 거리에서, 자기 전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건 10대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유혜민양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다양한 상황을 연출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평균적인 스마트폰 이용자라고 생각했다. ‘넌 얼마나 쓰니’ 앱을 깔아보고서야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7월 마지막 주에만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썼다는 수치가 나왔다. 눈으로 확인하니 충격적이었다. 그주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어서 오가는 길에 음악을 듣고, 친척들이 모두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에 나도 덩달아 그런 탓인 것 같다. 난 그날 하루에만 10시간을 썼다.

하지만 그 하루를 빼고 보더라도 평균 3시간 45분을 썼다는 결과가 나왔다. 무얼 하느라 그렇게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썼을까. 앱별 통계를 살피니 인터넷 사용 시간이 가장 많았다. 학원을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어서인 듯하다. 문제는 인강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공공장소에서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곤 한다. 심지어 같이 밥을 먹을 때도 그렇다. 학교에선 스마트폰을 금지하지만, 몰래 쓰는 아이들도 있다. 스마트폰의 온갖 부작용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절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게 반성이 됐다.

다음 단계로 스마트폰 잠금 앱인 ‘어딕션 스탑’을 깔고 일주일(8월 5~12일)간 실험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화·문자를 뺀 나머지 앱은 잠금 설정했다. 나머지 시간에도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루 평균 5시간이 넘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1주일간 노력한 끝에 1시간 이내로 줄였다. ‘넌 얼마나 쓰니’ 앱 화면 캡처.

8월 5일(1일차) 처음 1~2시간은 스마트폰을 아예 밖에 두고 안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한 과목 공부를 끝낸 뒤 나도 모르게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날 화면을 켠 횟수는 137회. 혹시 문자가 오지는 않았나 불안감에 계속 확인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자기 전에 SNS를 40분 이상 했지만 이날은 20분 정도로 줄였다. 또 스마트폰을 침대 머리맡에 두지 않고 멀찍이 책상 위에 놓고 잤다. 자꾸 스마트폰 생각이 나기에 아예 일찍 잠을 청했다. 이날 총 사용시간은 1시간 15분. 반도 넘게 줄인 것이다.

8월 6일(2일차) 전날에 비해 7분 정도 늘었다. 친구 생일이라 선물과 편지를 보내느라 카톡만 27분 사용했다. 평소에도 친구 생일에는 사용량이 늘어나곤 했다. 잠금 설정을 해 놓은 시간 동안엔 스마트폰을 거의 만지지 않았다.

8월 7~9일(3~5일차) 2박 3일간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에선 스마트폰을 자기 전에만 잠시 쓸 수 있었다. 첫날엔 캠프까지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계속, 또 자기 전까지 합해 총 40분을 썼다. 이튿날은 피곤해서 일찍 잠들어 20분만 썼다. 마지막 날은 집에 돌아와 1시부터 5시까지 잠금을 했다. 이날 사용량은 1시간 7분. 화면을 켠 횟수가 90회로 확 줄었다.

캠프기간 동안 스마트폰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하거나 즐겁게 대화를 하느라 저절로 멀어진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2년 전 난 그 시간에 뭘 했을까. 돌아보면 친구들과 밖에서 즐겁게 놀고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대화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반비례하나 보다.

8월 10일(6일차) 총 59분 사용했다. 실험 1일차와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폰 생각이 자주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면 켠 횟수도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원래 하루에 배터리를 1번 이상 갈아 끼웠는데, 실험 시작 후부턴 배터리 한 개로도 충분했다.

8월 11일(7일차) 실험 마지막 날. 사용 시간은 56분. 앱을 깔기 전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3시간 45분이었는데 중독방지 앱을 깐 뒤엔 50분으로 총 2시간 55분이 줄었다. 또한 실험 1일차와 7일차의 변화도 컸다. 첫날엔 알림이 오자마자 확인했는데, 이제는 할 일을 다 끝내고 확인한다. 이번 실험으로 그동안 불필요한 곳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자주 쓰는 앱을 잠그니 효과가 좋았다.

한달 후 소년중앙과 함께 한 실험은 끝났지만 나는 지금도 중독 방지 앱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량도 하루 평균 1시간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절약한 2시간여는 공부나 다른 할 일을 처리하는 데 쓴다. 가령 수학문제를 하루 4~5장은 더 풀 수 있게 됐다. 눈이 건조하다는 느낌도 사라지고, 전보다 일찍 잠들고 오랫동안 깊이 잔다. 카톡에 바로 답장은 못하지만 정말 급한 내용이면 문자나 전화로 연락이 오기 때문에 친구와 멀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스마트폰에는 전염성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하면 다른 이들도 덩달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한 명이라도 꿋꿋이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제하지 않을까. 한달 전의 나처럼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해 고민인 친구들에게 나처럼 스마트폰 다이어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유혜민 학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