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대형마트는커녕 주유소도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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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분양받은 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이산가족 생활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충남도청 신도시에서 근무하는 도청·교육청·경찰청 직원들 얘기다. 사진은 충남도청과 주변 모습. [사진 충청남도]

#충남도청 직원 박모(6급)씨는 도청 이전 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112㎡·34평형)에 이달 중 입주할 예정이다. 박씨는 대전의 아파트를 팔아 이 아파트 분양대금을 낼 계획이었다. 지난 7월 매물로 내놨으나 아직 찾는 사람이 없다. 결국 분양금을 내기 위해 1억원 이상을 대출 받기로 했다. 신도시 아파트 거래가도 분양가(2억2800만원)에 비해 1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박씨는 “도청 이전에 따른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도청 옆에 있는 충남교육청 직원 임모(6급)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씨도 도청 이전 신도시 아파트(85.8㎡)로 조만간 이사한다. 임씨는 고교 2학년인 아들 때문에 당분간 이산가족 생활이 불가피하다. 도청 이전 신도시에는 고등학교가 없다. 임씨의 부인은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이사 오기 힘든 실정이다. 임씨는 “대전에 있는 집을 팔 수도 없어 대출을 받아 신도시 아파트 분양대금을 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남도청이 이전(2012년 12월)한 지 2년 가까워오지만 공무원들의 고충은 커지고 있다. 이사문제도 해결이 어렵고 근무여건까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도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도청(1302명)과 도 교육청(438명), 충남경찰청(350여 명) 등 3개 기관에 2090여 명이다. 일부는 신도시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이사를 왔다. 하지만 대전에 가족을 남겨 두고 원룸 등에서 혼자 살거나 통근버스로 대전과 신도시를 오가는 공무원이 더 많다. 중·고생 자녀를 뒀거나 맞벌이 공무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충남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092명이 도청 신도시와 주변 지역 아파트나 원룸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34%인 450여 명만이 주민등록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210명은 도가 제공하는 통근버스로 대전에서 매일 출퇴근한다. 교육청과 경찰청도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을 위해 통근버스 4대씩 배정했다. 교육청과 경찰청은 지난해 5월과 9월 각각 이전했다.

교육시설·병원·대형 쇼핑센터 등 인프라 구축도 요원하다. 신도시에는 고교·대학이 없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만 1곳씩 있다. 병원도 언제 입주할지 기약이 없고 대형 할인매장 1곳만 입주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반경 4㎞ 안에는 주유소도 없다.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한 도청 직원 H씨는 “외식을 하더라도 차를 이용해야 한다”며 “도청 이전으로 생활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경기도 시들하다. 신도시에는 지금까지 7개 건설사(8775가구)가 아파트를 분양했다. 하지만 1890가구는 미분양됐다. 입주한 아파트도 분양가에 비해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 도청 옆 부동산 중개소 이경숙 대표는 “기반 시설이 없는 지금 상태로는 당분간 아파트 값이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충남도 조원식 신도시정책과장은 “기업 유치 등으로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에 들어선 도청 신도시는 993만8000㎡에 2020년까지 인구 10만명 수용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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