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집 소유 집착 버려야 노후 준비 숨통 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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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명수

부동산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그동안 집 매매 문제로 속앓이를 해온 사람한테는 반가운 소식이다.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노후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예비은퇴자나 은퇴자에겐 더욱 그렇다. 부동산에 잠겨 있는 돈의 숨통을 터주는 것은 개인은 물론 나라 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엔 비관론이 지배해왔다. 인구는 줄고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며 게다가 베이비 부머를 중심으로 한 퇴직자 행렬이 매물을 쏟아낸다는 게 비관론의 근거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오르는 부동산도 있었다. 재건축같은 재료가 있거나 입지가 좋은 곳은 지방이나 서울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매기를 모았다. 겨울잠을 자는 시장 전반의 분위기에 아랑곳 않는 외딴 ‘섬’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시장 양극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이 회복세를 탄다해도 양극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옆동네 집값은 오르는데, 내 집은 상승흐름에서 비껴서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집값이 오를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매수자가 나타나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그 물건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애착을 갖는다. 소유가 물건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부동산같은 실물일수록 그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소유효과의 힘은 강력하다. 빨리 처분해야 하는 것을 망설이다 팔 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 대개 마음 속의 가격에 대한 집착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부동산은 개인적인 감정을 집어넣을 수록 헤어지기 어렵다. 감정은 고집의 오류를 낳는다. ‘안 팔면 그만이지’ 했다가 꼭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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