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릭스 "美 허위자료로 사찰단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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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조사권을 둘러싸고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한스 블릭스(사진) 유엔 무기사찰단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밀어붙이기 위해 허위 자료까지 동원해 사찰단의 신뢰성을 깎아내렸다"는 블릭스 단장의 폭탄 발언에 대해 미국은 "그와 일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신감을 드러내는 등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블릭스 단장은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 제재 여부를 승인하는 안보리 표결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 5백t을 들여왔다는 증거로 계약서를 제시했으나 이는 한눈에 알 수 있는 조악한 가짜 문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정 조사에 대한 높은 신뢰도야말로 우리 팀의 최대 강점"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라크에서 사찰활동을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찰을 재개하겠다는 블릭스 단장의 발언은 이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없어졌으므로 조속한 전후 복구를 위해 유엔이 대이라크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정면으로 부닥치는 것이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블릭스 단장이 미국에 대해 비방을 일삼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유엔과는 함께 일할 수 있으나 그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 정권이 사라진 상황에 맞게 이라크 무장해제에 관한 새로운 틀을 세워가겠다"며 무기사찰의 주도권을 주장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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