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내년도 확장예산, 경제회생의 마중물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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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가 37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내놨다. 올해보다 지출규모가 20조2000억원(5.7%)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중기재정계획에서 잡았던 내년도 예산증가액 12조원에 8조원을 더 추가한 셈이다. 경기가 계속 부진할 경우 내년 하반기에 편성해야 할지 모르는 추가경정예산을 앞당겨 아예 본예산에 편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정여건이 어려운데도 공격적인 확대재정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대놓고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금융과 재정의 양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단기간 내에 경제를 살리겠다는 최경환표 경제회생 프로젝트의 최종 퍼즐이 맞춰졌다.

 문제는 이 같은 확장적 예산지출이 과연 의도한 만큼 확실한 경제 회생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재정지출을 내년 중점지출 대상의 맨 앞자리에 놓았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마중물로서 재정투자를 늘리는 항목에 대한 예산배정을 늘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증가율로 보면 창조경제 관련 지출(17.1%)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눈에 띄게 늘어난 항목이 별로 없다. 대부분 종전부터 이어진 계속사업에 대한 지출을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데 그쳤다. 이 점에서 재정을 통한 직접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경직적인 복지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지출액은 모두 115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내년 예산증가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7%로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복지비 증가를 감안하면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경기조절용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늘릴 여지는 크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확대재정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세수가 목표보다 덜 걷히는 판에 지출을 늘리다 보니 관리재정수지는 내년에 33조6000억원(GDP의 2.1%)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를 빚으로 메우다 보니 국가부채는 내년에 570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돼 세수가 늘어나면 재정적자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 → 경기 회복 → 세수증대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관건은 확대재정이 과연 경기회복을 견인할 수 있느냐다. 물론 재정만으로 경기를 살릴 수는 없다. 또 경기부양에만 재정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확대재정을 펼치고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나랏빚만 불어나는 결과를 빚는다.

 결국 늘어나는 복지비를 감당하면서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시키려면 재정 이외에도 금융·통화정책과 규제완화 등을 총동원해 총체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길밖에 없다. 국회는 내년 예산안이 과연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짜였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