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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족 폭력은 유감, 세월호 본질은 잊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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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일부 임원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은 말할 수 없이 씁쓸하다.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일방폭행인지, 가족대책위원장 등의 주장처럼 쌍방폭행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유족 대표들이 야당 국회의원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자신들의 비위를 건드렸다고 폭력적으로 대응한 정황이다. 일부 유족이 정치화하고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는 항간의 의구심이 일고 있는 마당에 이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전체 유족의 순수성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는 점은 특히 안타깝다.

 일부 세월호 유족이 지난14일 의료 민영화 등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유족들의 정치 집단화 우려가 표면화되기도 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가족대책위 임원들이 총사퇴를 하자 일부 유족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대책위 일부에서 초심을 잃었는데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도 “사퇴 후 새로 들어오는 단원고 유가족대책위 집행부는 정치적 색깔을 배제하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유족들 내부에서도 정치화 우려가 있었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 5개월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너나없이 초심을 잃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시스템의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확인시켰던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안전을 위협하는 적폐를 청산해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고, 국민은 안전사회를 이룰 때까지 적폐를 감시하고 정책을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후 나아진 것은 없다. ‘남은 건 유병언과 특별법 갈등’이라는 말처럼 세월호의 본질인 ‘안전사회 건설’은 잊혀지고, 자극적 이야기와 갈등으로 세월을 흘려보냈다. 정부는 갈등 뒤에 숨어 적폐 청산과 안전 시스템 확충은 잊은 듯 보인다.

폭력사건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하기 바란다. 그러나 이 일로 세월호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를 잊어서도, 세월호가 정치에 이용돼서도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정부도 유족도 국민도 모두 초심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