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상인' 이 몰려온다] 7. 재고 싹 해결…과연 '웹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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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씨크 스포츠는 스포츠 안경.스키 고글 등을 대형 할인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유재인 사장(47)은 올 2월 초 설 연휴 직전부터 겨울 스포츠 상품이 매장에서 밀려나 재고가 창고에 쌓여가자 가슴이 타들어 갔다. 유씨는 "70개 매장에서 예년보다 한달이나 먼저 퇴점하는 바람에 300평 창고에 재고(7~8억원 어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옥션 등 25개 인터넷 쇼핑몰에 이들 제품을 할인점 판매가격보다 20% 낮은 값으로 올리자 재고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유씨는 "2,3월 두달 동안 5억원 어치의 재고를 인터넷 몰에서 소화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몰에서 이 업체는 1년 무상 A/S를 보장하고 스키장갑.고글 등이 팔릴 때 스키 마스크.모자 등 스키장 필수품을 사은품으로 붙여 주는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것.

이 업체는 할인점 매장에 전시됐던 견본품을 '처리'하는 창구로도 인터넷 몰을 활용하고 있다. 유씨는 "스포츠 고글등의 경우 매장에서 여러 사람이 써보기 때문에 렌즈에 흠집이 나기 쉬워 예전에는 렌즈를 버리고 테만 모아 두었으나, 요즘엔 인터넷 상에서 매장 전시제품이라고 밝히고 1000원 경매 등에 붙이면 정상가의 40~50%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10월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이 업체는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 뿐 아니라 소규모 스포츠 용품 업체의 판매를 대행하는 스포츠 용품 전문 몰(www.seekmall.co.kr)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액은 월 평균 1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오프 라인을 포함하는 전체 매출액(40억원)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온라인 구매 고객의 구매 패턴.연령.반품 경력 등 데이타를 차곡 차곡 쌓아와 제품 별 타깃 고객 그룹에 전자우편 등으로 차별화 된 판촉 활동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라면 인터넷을 판매 경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유씨는 강조한다. 중소기업은 ▶옥션 등 인터넷 장터 등에 직접 제품을 올릴 수 있지만 ▶동종 업체들이 모여 인터넷 몰을 만들거나(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홍보 비용 분담) ▶전문 몰에 제품을 올리는 등(제품 사진 올리기 대행)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글=이영렬 기자,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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