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성소리 4대孫' 정회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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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연주단에서 대금과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정회석(鄭會石.40.사진)씨는 보성소리의 4대손(孫)으로 더 유명하다. 조선말 국창 박유전을 사사한 정재근(1853~1914)과 그의 조카 정응민(1896~1963), 그의 아들 정권진(1927~86)으로 이어지는 판소리 명가의 대를 잇고 있다.

어릴 때 보성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자라나더니 아버지 정권진과 성우향 명창을 사사, 중학교 때 출전한 남원 춘향제 판소리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악고에서 남창가곡, 서울대 국악과에서는 대금을 전공하면서 소리의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정씨가 판소리로 되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1995년. 그해 4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판소리'수궁가'를 완창했다. 조부 정응민을 사사한 조상현.성창순.성우향 명창의 끈질긴 권유에다 소리 명가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작용했다.

정씨는 오는 26일 오후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같은 작품으로 8년 만에 판소리 완창에 도전한다. 판소리 무대는 지난해 10월 '춘향가'도전에 이어 6개월 만이다.

정씨는 함동정월류 거문고 산조와 고법의 명인인 큰형 정회천(국립창극단장), 큰 형수 안희정(가야금), 전북대 국악과 교수로 있는 둘째형 정희완(대금), 둘째 형수 최미애(한국무용), 해금을 전공한 부인 정수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함께 국악 명가를 이루고 있지만 판소리는 혼자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남성적인 동편제와 여성적이며 슬픈 가락이 많은 서편제를 잘 조화시킨 강산제 보성소리를 이어갈 든든한 재목인 데다 요즘 남성 소리꾼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어 그의 무대가 더욱 돋보인다. 02-2274-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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