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신화 만든 한국인의 손재주] 체세포 복제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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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의 세포를 떼어 어떻게 줄기세포를 만들고 동물을 복제할 수 있을까.

자연상태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한 뒤 자궁에 착상해야 태아가 되거나 동물이 태어난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가 인간 배아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만든 것은 발상부터 다르다. 정자 대신 사람 배꼽 주변의 살점에서 낱개 세포를 분리해 난자에 넣어 키워 만든 것이다. 이를 체세포 배아복제라고 한다.

1997년 동물을 복제한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가 처음으로 성공한 방식이다. 윌머트 박사는 양을 복제했다. 그 당시에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실이어서 한동안 과학자들로부터 의심을 사기도 했다.

개나리 등 상당수의 식물은 가지를 꺾어 땅에 꽂으면 뿌리를 내리며 자란다. 유전자며 모양까지 모두 같은 식물 하나가 완전히 복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은 그런 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사람의 살을 떼어다 놓으면 섞여버릴 뿐이었다.

체세포 배아 복제를 하기 위해서는 난자의 핵을 빼내야 한다. 여성의 유전자 절반을 담고 있는 핵을 빼내지 않으면 복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복제하려는 동물이나 줄기세포의 유전자에 난자의 유전자가 섞인다.

그런 다음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살점에서 분리한 세포 하나를 집어넣는다. 피부며 머리.신경 등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하나 하나는 그 사람이나 동물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몸 세포가 들어간 난자에는 복제하려는 세포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황 교수가 복제한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몸에서 세포를 떼어준 사람의 유전자가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만약 정자나 난자 등 번식과 관련된 생식세포를 줬다면 그 세포 안에는 그 사람의 유전자가 절반밖에 들어 있지 않다. 또 원천적으로 복제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몸 세포가 들어간 난자를 그대로 놔두거나 자궁에 넣어도 저절로 자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순천대 공일근 교수는 "난자에 정자가 수정되면 세포가 늘어나는 분열과정이 시작되도록 하는 신호가 전달되지만 몸에서 떼어낸 세포는 그런 기능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난자에 전기 충격을 준다. 무려 약 1500V를 수백만 분의 1초 동안 순간적으로 가한다.

전기 충격은 난자와 피부세포가 마치 하나처럼 합쳐지게 한다. 난자의 세포막과 피부 세포의 막이 순간적으로 터져 융합되는 것이다.

또 이 전기 충격은 피부 세포가 마치 정자처럼 난자에게 분열하도록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다. 이때부터 하나였던 난자는 2개→4개→8개→16개 등으로 분열한다. 난자의 세포가 늘어나는 것이다. 128개 정도까지 난자 세포가 늘어나는 단계를 배반포기(胚盤胞期)라고 한다. 이렇게 되는 기간은 소는 7일 정도 걸린다. 사람도 거의 비슷하다. 배반포기까지는 영양분을 시험관에 넣어 주며 키운다.

배반포기까지가 시험관에서 키울 수 있는 한계라는 게 연구자들의 말이다. 인공적으로 자궁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이다. 동물의 경우 배반포기를 대리모 자궁에 착상해 성체로 커가게 한다. 황 교수가 성공한 복제돼지나 복제소 등도 이렇게 탄생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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