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마르소 "낼 모레면 마흔 나이듦을 사랑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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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소피 마르소가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보낸 친필 사인.

프랑스의 '국민배우' 소피 마르소(38)가 13일 칸영화제 행사장 레드 카펫 위에서 '사고'를 쳤다. 아톰 에고얀 감독의 '진실이 있는 곳에' 시사회장에 들어가던 도중 갑자기 왼쪽 어깨에 걸쳐 있던 흰색 상의 윗부분이 흘러내린 것. 왼쪽 젖가슴이 드러났고, 이 짧은 순간은 현장에 있던 사진 기자들의 렌즈에 포착됐다. 이를 놓고 프랑스 언론들은 "소피가 난처한 일을 당했다"는 동정론부터 "자기의 젊음을 과시하기 위해 고의로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라 붐'의 청순한 이미지로 한국에서도 친숙한 그를 영화제 개막 직전 파리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두 아이를 돌보고 남는 시간에는 주로 시나리오를 쓴다. 이미 두 편을 썼고 지금은 세 번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같은 추리물이다."

-여전히 아름다운데, 비결은. (이 질문을 받자 프랑스 사람들이 기분 좋을 때 자주 쓰는'오라라'(아이구)라는 감탄사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잘 모르겠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나의 아름다움에) 기여한 것이 있다면 '규칙적인 생활'을 들고 싶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즐겁게 일한다. 바쁘지만 조직화된 삶을 통해 항상 에너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조금만 있으면 40이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나.

"그렇지 않다. 나는 늙어가는 것을 사랑한다. 영화에서는 나이 든다는 게 가혹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내 삶에서 늙어간다는 사실은 전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사람은 세월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형)수술을 해도 속에서 풍겨나오는 것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수술은 몸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결혼은 언제 했나.

"나는 결코 결혼을 한 적이 없다." (그녀는 이름은 말하지 않은 채 두 남자와 동거하면서 각각의 남자로부터 아이를 한 명씩 낳았다고만 말했다. 첫 번째 남자는 프랑스 영화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이고, 두 번째 남자는 미국인 프로듀서 짐 렘레이다)

-아이 얘기를 좀 해 달라.

"처음 18년간 동거한 남자와의 사이에 아들 뱅상(10)을 낳았고, 지금 동거 중인 남자와의 사이에 딸 쥘리에트(3)를 두고 있다. 나는 나에게 투자할 시간을 아끼면서까지 아이들을 돌본다. 가령, 아침에 피곤할 때 잠을 더 잘 수도 있겠지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차 안에서 45분간 아이와 같이 보낼 수 있다."

-여전히 몸매가 날씬하다.

"먹는 게 아주 중요하다. 패스트푸드는 좋지 않다. 균형잡힌 식단과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음식이 좋다. 설탕도 거의 안 먹는다.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다. 저녁 약속이 있거나 일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오후 10시에서 10시30분 사이에 잠들어 오전 7시15분에 일어난다. 아이들에게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것을 가르치는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들도 나처럼 모든 음식을 다 잘 먹는다. 보통 아이들이 싫어하는 샐러드.시금치.당근 등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운동도 빠뜨릴 수 없다. 하루에 30분씩은 항상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과 걷기, 그리고 몸매를 유지하는 근육 운동도 한다."

-한국영화를 본 적은.

"바쁘게 살다 보니 한국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화도 많이 보지 못한다. 영화관에 가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영화 트렌드는 항상 체크하고 있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올드 보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조만간 프랑스에서도 DVD가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예약해놓았다. 그 영화감독(박찬욱)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의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을 아주 사랑하고 한국사람들도 사랑한다. 한국에 갔을 때마다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대접도 잘 받았다.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정말로 친절하고 인상적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다."

칸=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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