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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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상했던 것보다 전체적인 수준이 퍽으나 높았다. 시로서의 깊이에 있어서는 물론 대학·일반부에 미칠 수는 없었으나 시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오히려 진지한 편이었다.
그 무엇보다 다들 시조의 기본 형식을 잘 터득하고 있는점이 크게 다행스러웠다. 시조 인구의 저일확대라는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이 점은 여간 고무적인 것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평소 시에 대한 훈련을 다들 열심히 해왔었다는 점을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시조도 궁극적으로는 한개 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에 대한 훈련을 착실히 쌓아왔다는 것은 좋은 시조를 낳을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이 되는 것이다.
한가지 흠이 있었다면 흔히 백일장에서 씌어지는 관념어 내지는 손쉬운 상투적 시어로써 자기 실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을 탈피·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자기소리」를 얻을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1백7편의 새싹들의 눈을 만난것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했다.
장원으로 뽑힌 권애영의 『가을하늘』은 심사위원들 사이에 이견의 여지가 없을정도로 뛰어난것이었다. 한개 시로서의 시조로 성인의 경지에는 비록 못 이르러 있었지만 중·고생의 작품으로는 더 부릴 욕심이 없을 정도였다.
차상을 누린 윤성호의 『고궁』과 차하를 차지한 임대현의 『가을하늘』은 등위를 정하는데 꽤 망설여여 했다.
앞의 것은 내용면(시로서의 성과)이, 뒤의 것은 형식면(시조로서의 성과)이 두드러져 있었다. 결국 그 실속편을 따르자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앞의 것을 차상으로 했다.
나머지 입선작 5편도 만만찮은 솜씨였다. 앞서 흠으로 지적된 관념적·상투적 시어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함으르써 이 등위에 머물렀을 따름이다.[심사위원=박경용 이근배 서벌 김제현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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