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최고령 사과나무 보고 고려·후백제 격전지 구경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서울 하면 ‘남대문’ 부산 하면 ‘해운대’가 먼저 떠오른다. 대구 하면 ‘사과’ 또는 ‘팔공산’이다. 사과와 팔공산은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꼭 챙겨야 할 볼거리다.

대구하면 여전히 사과부터 먼저 떠오른다 . 동구 평광동의 사과나무 .

‘대구 사과’라는 말을 만든 ‘평광동’은 팔공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평광동은 1980년대 중반까지 사과나무 수천그루가 있는 국내 최대 사과 산지였다. 재배한 역사만 100년이 넘는다. 1990년대 도시화로 재배 농가가 줄어들면서 현재는 사과나무 수백그루로 명맥을 잇고 있다. 사과를 많이 먹고 미인이 되었다는 ‘능금아가씨 선발대회’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볼거리까지 다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국내 최고 수령 사과나무(홍옥)가 평광동 한가운데 우뚝 서 있고, 바로 옆엔 ‘뉴턴의 사과나무’(품종 켄트의 꽃)도 있다. 사과따기 체험에 참가하면 직접 사과를 따서 맛볼 수도 있다.

삼국시대 유물 500여점이 출토된 대구 불로동 고분 .

평광동에서 20분을 달리면 동구 지묘동이 나온다. 1000년 전 고려와 후백제가 한판 승부를 벌인 곳이다. 지묘동에는 35㎞ ‘팔공산 왕건길’(지묘동 신숭겸 장군 사당~동내동 동곡지)이 있다. 927년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 패해 도주한 길이다.

대구시는 1000년 역사 흔적이 남아 있는 왕건길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왕건길은 왕건의 전투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길은 용호상박길(신숭겸 장군 사당∼열재 4.3㎞), 열린하늘길(열재∼부남교 4.5㎞), 묵연체험길(부남교∼물넘재 5.4㎞), 고진감래길(백안삼거리∼평광종점 5.2㎞) 등 8개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특히 열린하늘길에서는 팔공산 능선과 대구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부분 흙길 그대로다.

왕건길에서 10분을 가면 금호강 북안인 동구 불로동에 다다른다. 해발 50~80m 구릉의 경사면에 표주박 형상의 고분 200여 기가 몰려 있다. 불로동 고분군이다. 1938년 일본 학자가 처음 발견한 고분군은 64년 경북대박물관이 추가 발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삼국시대 불로동 고분에서는 대호(大壺) 등 토기 360점이 출토됐다. 철촉·철모를 비롯한 금속, 옥석류도 187점이 발굴됐다.

오색 빛깔이 찬란한 대구 아양철교. 2008년 까지 열차가 다녔다. [사진 대구시]

불로동에서 다시 대구 도심으로 10분을 가면 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1936년부터 2008년까지 대구선 열차가 다닌 아양철교다. 지금 철교 흔적은 거의 없다. 지난해 말 철교를 관광상품으로 리모델링해서다. 길이 277m, 높이 14.2m 다리 가운데 전망대에 들어서면 흘러가는 금호강을 바라볼 수 있다. 밤이 되면 경관 조명으로 오색이 빛난다. 아양철교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의 하나인 ‘레드 닷(Red Dot)’에서 본상을 받기도 했다.

아양철교에서 대구공항 방향으로 5분을 달리면 동구 둔산동 경주 최씨 집성촌이 나온다. 옻나무가 많아 이름 붙여진 옻골이다. 조선 중기 학자 최동집이 1616년(광해군 8년) 이곳에 정착한 뒤 400년 가까이 이어지는 마을이다. 한옥 20여 채에 40여 명이 산다. 옻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금전고택’과 ‘춘재’는 숙박체험장으로 개방된다. 별도의 한옥체험장도 마을 안쪽에 있다. 종택도 열려 있다. 문중은 투숙객에게 한식도 대접한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