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울음을 그치는 경찰 안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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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젊은 여성의 변시체가 여기저기 흩어져 해결이 되지않은채 아연실색할 어느 경찰관의 범법행위가 보도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저하됨에 있어서 교사의 자질문제가 크게 논의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경찰의 질과 자질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논의되었다. 엄청난 사건들에 놀라다못해 무디어진 우리들의 감각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일이라하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선 경찰의 본연의 임무에 대하여 반성해 보아야할 것이다. 경찰, 폴리스란 말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희랍어의 도시, 국가라는 뜻에서 변천된 말인데, 법을 집행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교통을 정리하고 범죄를 예방수사하는 역할을한ㄴ 조직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이러한 경찰이 부정을 범한다면 누구를 믿고 법의 보호와 치안을 호소할것인가?
옛날에는 아이가 울면 흔히들 『순경아저씨가 잡아간다』고 겁을 주어 그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일이 많았다. 순경이란 원래 무서운 사람으로 인식되어 우리들은 괜히 순경과는 가까이 하지 않으려한다. 사실 그동안 많은 순경들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위법행위를 적발하는데만 몰두하는데도 힘이 모자랐을지도 모른다.
어른이되어 외국에 나갔을때 가장 인상깊은 것중의 하나가 그곳의 순경들이었다. 멋진 망토에다 여유있는 태도로 순찰을 하는것인지 산책을 하는것인지 모를 정도로 평온한 모습을 하고있으며 행인들의 물음에 그렇게도 친절히 안내에 응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쪽 경찰이 특별하다는 것보다는 그쪽 사람들의 일반교양과 상식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그뒤에 있는 사회체제및 국가의 힘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번 사건이 어느 개인의 문제, 또는 경찰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들 사회전체의 문제로 개탄해야할 것같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항간에는 압수된 밀수품을 빼돌린다, 이삿짐화물중 한두가지를 슬쩍한다, 구호성금을 빼돌린다, 시험문제를 빼돌린다, 고객예금을 빼돌린다, 건축자재를 빼돌린다, 발굴작업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빼돌린다는등 수많은 빼돌림을 상상하고 짐작하고 때로는 증거가 탄로되어 그자는 가증할만한 범죄인으로 지탄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도난행위가 아니라 모두 관련된 공적인 또는 단체적인 일에 자기의 사육을 채우려고 저지른 부조리가 아닌가 한다. 모든 사람들이 맡은 바 자기 직분을 수행함에 있어 결코 사를 섞어서는 안된다는 훈련과 수양을 몸에 익혀야할 것같다.
아직도 마치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기 위하여 생겨난 것이 아닌가하고 착각할 정도로 자축의 분위기가 감도는 서울의 맑은 하늘아래 또 이웃나라 일본사람이 노벨상수상을 한다는 보도를 들으며, 또 세계 최고의 지성인중의 한사람이라고 하는 레비-스트로스를 모셔놓고, 어디서부터 파헤쳐야할지 모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리사회의 심층구조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잘사는 국가보다는 법을 잘모르는 사람이 법의 보호를 받을수 있는 법치국가가 될 것을 바라며 만인에게 공정하고 절대적인 공익성과 윤리관아래 정립된 새로운 경찰상을 기대하고 싶다.
◇약력▲65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졸▲(66∼71년)파리 소르본대학 문학박사▲현재 숙대교수·숙대아세아여성문제연구소 소장[박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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