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간판…민권운동 기수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등에 출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리스의 「멜리나·메르쿠리」여사(55)가 이번 의회선거에서 재선된 뒤 문화과학상에 임명되었다.
정치가로 보다는 배우로서 우리에게 더 알려진 그녀는 아버지가 아테네시장과 내무장관을 지낸 그리스의 명문집안에서 태어났다. 고교시절부터 연극 등에 흥미를 가졌지만 일찍(17세때)결혼 하느라고 배우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첫 남편은 역시 그리스의 부호아들. 결혼한 두 사람은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매르쿠리」는 이 대학에서 본격적인 연극공부를 할 수가 있었지만 첫 결혼은 4년만에 깨지고 말았다.
혼자 그리스로 돌아온 「메르쿠리」는 영화계에 데뷔,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그 즈음(1950년)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 공산주의자라고 추방된 그리스 영화인 「줄스·다신」을 만나 함께 『숙명』이란 영화를 제작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동거했다 (정식 결혼식은 66년에 올렸다.)
「메르쿠리」는 60년 『일요일은…』 의 주연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정치역경은 그리스에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군사정권에 협조하기보다는 차라리 고국 그리스로부터 추방당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나서 시민권까지 빼앗기고 망명, 서구의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가 l974년 그리스에 민주주의가 회복되면서 귀국했다.
그녀는 범그리스사민연동당의 기수로 77년의 선거에서 이겨 의원생활을 시작했다.
여권신장을 비롯, 여러 가지 민권을 위해 맹활약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그녀가 신 정부의 각료로 입각했으니 만큼 앞으로 그녀의 활동은 크게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