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4억이 굶주리고 있다" 제1회「세계식량의 날」에 본 식량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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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은 제1회 「세계식량의 날」.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세계식량농업권구(FAO)가 79년 11월 로마총회에서 제정한 날이다.
이 날을 맞아 정부에서는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FAO한국지부와 농경연·농진청에서는 농업문제 세미나를 잇따라 연다.
세계식료농업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7O년부터 79년까지 10년 동안 세계1백6개 개도국 가운데 58개국의 식량생산증가 율이 인구증가 율을 뒤따르지 못했다. 또 이들 개도국에서는 4억에 달하는 인구가 식량부족으로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으며 앞으로 10년 안에 이 규모가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볼 때 해마다 약 5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천5백만여 명은 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것이다.
세계의 식량비축량도 61년에는 2억3천1백만t으로 세계인구를 1백5일 동안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었으나 76년에는 31일분으로 줄었고 80년에는 20일분으로 줄어들었다.
FAO는 그 동안 수급균형을 이루었던 세계식량생산이 앞으로 4년 뒤부터는 식량부족사태를 맞게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85년의 곡물수요량은 현재의 14억t보다 20% 늘어난 17억t에 달할 것이나 곡물생산량은 최근의 신장율 2·3%를 유지한다해도 1억t이 부족한 16억t에 머무를 것으로 보며 이 1억t 때문에 8억 명의 기아인구가 더 발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좀더 장기적으로 볼 때 서기2000년께는 세계인구가 60억∼63억 명이 되고 곡물소요량은 22억5천만t에 이르러 연간 약5천만t이상의 절대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세계인구 44억 명에 생산량 14억t 은 전체적으로 볼 때 결코 부족한 양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은 남아도는 반면 아프리카·아시아 등 일부지역에서는 기근을 빚는 수급불균형의 문제다. 이러한 불균형은 최근 곡물의 무기화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농업기술이 개발되지 못한 후진국이나 개도국의 곡물부족이 심해져 고통이 증가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련을 포함한 서구제국의 경우는 현재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수입해 먹는 실정인데 이 지역의 농업개발이 급속히 추진되지 않는 한 곡물의 가격폭등도 불을 보듯 환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계식량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으나 ▲최근의 계속적인 이상기후에 의한 작황부진 ▲공업화추진으로 인한 농경지 감소 ▲비료의 파다한 사용으로 인한 지력감퇴 ▲육류중심의 식생활화로 사료급증 ▲식량생산국과 소비국 간의 지역적 편재 ▲식량의 무기화 등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조상 대대로 농업을 주업으로 해온 나라이면서 아직까지 양곡의 자급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방이후 36년 동안 해마다「주곡자급」을 농정 제1조로 삼아왔지만 자급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5차5개년 계획이 끝나는 86년에야 자급을 이룬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78, 79년에 흉작, 작년에는 냉해로 사상 유례없는 대흉을 겪었고 올해는 다행히 풍작을 이루었으나 농업기반이 약해 언제 다시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80년 말 현재 우리 나라의 식량자급 도는 평균 54·3%. 감자·고구마만 1백%이고 쌀이 88·8%, 보리 57·6%, 콩이 35·1%다.
사료와 식량으로 함께 쓰이는 밀은 자급도가 고작 4·8%, 옥수수는 5·9%며 올해 양곡도입으로 쓰일 돈만도 20억 달러에 달한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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