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헨공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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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일의 공과대학(Technische Hochschule)은 응용과학 위주의 기술계 단과대학만이 아닌 종합대학의 성격을 갖고 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인문학부나 사회과학부 등이 있을 수도 있고 교육학부(사범대학)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체는 물론 공학 등 자연과학부분이게 마련이다. 미국의 MIT공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 최대의 공대>
이런 공대가 독일에는 7개. 이중 아헨공대(Aachen Technische Hochschule, Tempelqrabenn 55, 5100 aschen, West Germary)는 학생수 3만명, 정교수 4백95명, 강사진 9백여명으로 서독은 물론, 유립 최대의 공대로 꼽힌다.
서구 광공업의 중심지인 루르지방 가까이, 네덜란드, 벨기에 국경에 인접한 아헨시(인구 25만명)에 대학이 자리잡은 것은 1870년. 당시 수공장과 상업활동이 두드려졌던 지역적 특성 때문에 프러시아제국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순수한 공학·기술대학으로 출발했다.
현재의 아헨공대는 그러나 8개단과 대학인자연과학부·건축학부·기계공학부·광산-야금학부·전기공학부·철학부(인문-사회과학)·의학부 및 교육학부로 팽창했다.
학생구성면에서의 특성은 독일대학 중에서 아헨공대의 외국학생 재학비율이 14%인 4천2백명에 이르러 높다는 점이다.
이런 비율에 비해 한국학생은 많은 편은 아니다. 20년전인 60년대초부터 한국 학생들이 인연을 맺은 이래 20명의 한국인 박사를 배출한 이 대학에 현재는 35명이 등록하고 있다.
박사학위는 모두 공학계통에서 나았고 현재의 학생도 1명(사회학)을 제외하고 전기공학 6명(전자공학 포함), 기계공학 5명, 금속·건축·토목·조선공학 각 4명 등 공학계통에 골고루 분포돼있다.

<30대이상인 한국유학생>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게 있다면 한국학생들의 전체분위기가 차분하고 안정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나이로 보아 30대를 넘었고 5명만 제외하곤 모두가 결혼하여 가정을 갖고있기 때문이겠죠. 김기정씨(35·금속공학)의 이런 분위기에 대한 익살스런 절명이다.
그러나 실은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학생들 중 80%이상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는데 대한 안도감이 이런 분위기에 기여한다는 것이 김진영씨(39·사회학)의 말이다. 빨라야 5년, 좀 늦으면 7∼8년 걸리기는 하지만 『워낙 선배학생들이 잘해왔기 때문』에 기대와 자신감에 차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반면에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끝내기까지의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박사학위를 받은 송준태씨(35·조선공학)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털어놓고 있다.
서울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와서 어학1년, 한국에서는 학사정도로 알려진 디플름 인정시험을 끝내는데 1년, 모두 2년 걸렸다. 이 시험은 필기시험이 아니라 그가 공부할 주제에 대한 다른 학생이나 강사·교수들과의 토론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평가를 받고난뒤 박사과정을 준비했는데 그 기간에 3년을 보냈다.
3년후 교수로부터 주제에 대한 승인을 받아 논문 쓰고 시험(필기·구두시험)보는데 1년을 소비하여 모두 6년만에 끝냈다.
송씨의 경우도 그랬지만 다른 학생들이 처음 애먹는 것은 우선 기초과목에 대한 『개념 결핍』이었다고 맡했다. 특히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절실히 느낀 것으로 『현장 경험의 부족』을 들고 있다. 물론 이론도 중요하지만 그 이론을 뒷받침해 줄만한 기초적인 실험으로 개념을 『체득』하지 못한 것이 독일학생과의 차이라고 홍의병씨(35·전자공학)는 말했다.

<장기전을 각오해야>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여유만 있다면 자연과학계열의 학생들은 이곳에서 박사보다는 디플롬 학위부터 시작하는게 바람직 할 것이라는 것이 손홍욱씨(45·토목공학)의 말이다. 『독일대학의 진수는 박사가 아니라 디플롬에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기능이나 능력면에서 보더라도 독일에서는 별차이가 없어 비슷한 대우를 받기 때문에 독일사람들은 박사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고 했다.
흔히 한국에서처럼 『벼락치기 공부』라는 『단기전』은 착각에 지나지 않으며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학생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춘식(기계공학부장·기계) 황선효(금속·수석연구원) 이진형(금속·수석연구원) 동력자원연구소의 이교운(연구실장·광산)박사 등이 이 대학 출신이다.
서울대의 이교일(기계) 정수진(재료) 연대의 박정현(요업) 인하대의 최정오(금속) 전북대의 권이종(교육학) 장로교신학대의 한숭홍(철학)교수 등도 아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헨(서독)=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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