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돈봉투' 한전 대구경북지사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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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주민에게 지역 경찰서장을 통해 수백만원씩 살포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는 경남 밀양에서도 한전이 주민 매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소속 김모 차장이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을 주도해온 주민 A씨에게 마을 이장을 통해 현금 1000만원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밀양시 한 면소재지의 단위농협 임원선거에 출마한 상태였다. 이장은 김 차장에게 받은 1000만원 중 200만원을 자신 몫으로 빼고 선거를 이틀 앞둔 2월 12일 A씨를 만나 800만원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반발하며 돈을 받지 않자 이장은 A씨와 친분이 있는 다른 주민 2명을 통해 다시 돈을 전달하려 했으나 끝내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이장의 이 같은 행위에 반발했고, 이장은 "한전 직원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한전 김 차장은 A씨를 만나 "이장이 두 차례나 돈을 요구해서 주게됐다. 돈은 시공사로부터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당시 주민들은 같은 마을 사람이라는 일종의 정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경북 청도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번에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명백하게 한전이 송전탑 반대 주민을 금전으로 매수하려한 것이고, 단위농협 임원선거에 불법적인 금품 살포를 시도한 것이며, 하도급업체에 금전을 요구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주민에게 돈을 건네려 한 한전 김모 차장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대책위 측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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