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범(충남대 전총장)씨 붑 동반자살|지병악화 남편 안락사 시키고 부인도 뒤따라|주사 꽂은 채 나란히|의사인 부인도 심장병…서로 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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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충남대 총장과 문교부 차관을 역임한 박희범씨(59) 부부가 24일 상오 대구시 만촌동620 자택에서 잇달아 숨졌다. 박씨는 상오7시30분 안방에서 오른쪽 팔뚝에 영양제주사를 꽂은 채 숨진 시체로 발견됐으며, 내과의사인 부인 채수희씨(53)도 주사를 꽂고 실신한 채 발견돼 경북대 부속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소생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자택으로 옮겨졌다가 하오3시 15분 사망했다. 경찰은 부인 채씨가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것 같다는 경북대 병원 측의 통보에 따라 의사인 부인 채씨가 간암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남편 박씨를 안락사 시킨 뒤 자신도 뒤따라 자살한 것으로 보고 이들 부부가 사용한 주사약과 방안에서 발견된 5종의 약에 대한 감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현장>
현장을 처음 본 박씨의 외종 질녀 윤양임씨(32)에 따르면 아침 박씨 부부 방에 들어가 보니 박씨가 염양재 주사를 팔뚝에 꽂은 채 숨져 있었고 부인 채씨도 옆자리에 나란히 누워 영양제주사기를 꽂은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
박씨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으며 부인 채씨는 숨을 가늘게 쉬고 있었다.
가족들은 부인 채씨를 곧 경북대 부속병원으로 옮겼지만 혈압이 40이하로 떨어지고 호흡이 거의 멎어 소생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집으로 옮겼으나 하오3시15분쯤 숨겼다.
경찰은 박씨의 사망시간을 이날 새벽 3시쯤으로 추정했다.

<지명>
박씨는 10여 년전부터 간 경화 증세로 앎아 봤으며 8월 들어 급격히 악화, 지난 1일 경북대 부속병원에 입원했으나 간암으로 도저히 의복 될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지난 19일 퇴원하여 집에서 부인 채씨의 치료를 받아왔다.
무인 채씨도 5년 전부터 앓아온 심장병이 최근에 악화돼 부부가 매일 함께 링게르를 맞고 지냈다.
박씨 부부는 금실이 좋아『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 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조카 박순용씨(42·대구시내당동삼익맨션5동207호)가 말했다.

<경찰수사>
경찰이 동반자살로 보는 것은 박씨가 지난 21일 이종사촌동생 문용주씨(50·금천시구화1동320)를 불러 ▲ 경북금릉군어모면도암동 선산에 있는 전부인 묘지 옆에 묘소2개를 빨리 준비하고 ▲ 묘소에 석달을 넣고 봉분까지 만들라고 부탁했으며 ▲ 부인 채씨도 심장병이 악화했다는 점등을 들고있다.
박씨 부부는 박씨가 경북대 부속병원에서 퇴원한 뒤 묘지 문제를 자주 의논했고 박씨가 장모 신정숙씨(조)에게 수의를 부탁했을 때 부인 채씨가 『어머니, 내 옷도 준비해두세요』라고 부탁한 점등으로 미뤄 부부가 함께 죽기로 합의한 뒤 부인 채씨가 남편을 안락사 시킨 뒤 자신도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 이유로 박씨의 사망 추정시간(24일 새벽3시 전후)과 부인 채씨의 사망시간 (24일 하오3시15 분)이 12시간 차이가 나는 점을 들고있다.
경찰은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박씨 부부 시체에 대한 부검은 앉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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