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슨교수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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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발도상국 내지는 중진국의 경제개발정책이라고 해서 확대성장 일변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우리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폴·새뮤얼슨」교수(MIT)가 중앙일보 창간16주년 특별대담을 통해 한국경제에 주는 충고도 바로 그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뮤얼슨」교수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통화증발을 감행하여 고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악화를 초래하여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뿐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얻는 것이 있을지 몰라도 중기적으로는 잃는 것이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새뮤얼슨」교수는 이를테면 미국의 경제정책 이론면에서 야당의 영수쯤 되는 사람이다.
1930년대이후 미국경제정책에 이론적배경을 이루어온「케인즈」경제학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새뮤얼슨」이다.
30년대 대공황을 수습한「케인즈」혁명은「케인즈」의 본국인 영국에서가 아니고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그 뒷받침이 된「케인즈」이론의 일반화가 당시 30대의 소장학자인「새뮤얼슨」에 의해 수행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새뮤얼슨」은「아메리카 케이지언의 시대」를 구축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60년대이후 서서히 고질화하기 시작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케인즈」이론은 무력함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80년대「레이건」정부의 등장으로 40대의 젊은 공급사이드경제학자들이 주역의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무대뒷전으로 나앉게되고 말았다.
이른바 리버럴파의 대표였던「새무얼슨」도 이제는 새로운 선풍을 몰아오고 있는 보수파에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능, 다시 말해서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새뮤얼슨」의 견해는 고집스러울만큼 변함이 없다.
균형성장을 위해 정부는 도로·주택건설에 힘을 쏟아야할 것이며 개인기업의 수출격증이 국내의 생활조건의 향상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이 안정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과 때를 맞추어 정부의 재정이 사회기반의 확충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충고는 경청할만한 것이지만 개인기업의 활동영역을 과소평가하는데는 찬성하기가 어렵다.
또하나「새뮤얼슨」은 역시 선진국인 미국의 경제학자라는 것이다.
미국내 경제정책에는 이론은 제기하고 있으나 미국의 고금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해외에 유출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미국이 지금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아니며 최악의 경제상태에 놓여있는 것도 아니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다.
「레이건」의 경제재생계획이 미국의 경제위기를 과대하게 여기고「구국의 경제학」으로 공급사이드경제학에 급영사한 것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지난날「케인즈」이론이 역시 구국의 경제학으로 각광을 받아 뉴 딜정책을 탄생시켰던 경험은 덮어두려는 학자적인 소신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미국의 경제, 거대한 축적에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 애착과 자신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진행에 대해 외국이 비난하는 것은 조목조목 따져서 반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새뮤얼슨」교수가 한국경제에 주는 말이 반드시 금과옥조가 되는 것은 아니나 정부재정이 담당해야할 일, 과감한 기술도입과 개발투자를 해야한다는 것, 일본이 무역흑자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어야한다는 것등을 점쟎게 설명하고 있는데는 누구나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레이건」정책과는 결별을 했다고 해도 그의 경제이론이 아직도 살아서 빛을 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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