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와 생계사이<7>|가수의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가수, 밑천이 많이 드는 직업이다. 가수가 되기도 어렵지만 된 뒤에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옛날엔「가수」라 하면「딴따라」라고 멸시, 「집안망신」 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잘만하면 떼돈을 벌고, 가수가 고액납세자 랭킹에 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자녀가 가수가 되겠다면 본인보다 부모가 더 극성을 부리는 수도 있다.

<총 숫자 천5백32명>
현재 연예협회 가수분위 (가수협회)에 등록 된 가수의 수는 1천5백32명. 이 가운데 1천12명이 여자이고 5백20명이 남자로 여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노래를 생업으로 삼고있는 1천5백여 명의 가수-. 그 숫자만큼 이들의 생활도 다양하기만 하다.
가수들의 수입원은①방송출연료②레코드취입③밤무대④극장쇼⑥파티초청 등으로 나누어진다. 방송 중 텔리비전의 경우 출연료를 보면 1곡 당 특A급이 4만원, A급 3만2천원, B급 2만4천원, C급 1만6천 원이고 추가 곡마다 30%가 가산된다. 디스크가 팔린 만큼 가수의 수입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인세제도가 확립되어있지 않은 우리 나라에선 아무리 인기가수라 하더라도 전속금 만으로 고작, 디스크가 팔렸다고 해서 따로 수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방송 출연이나 디스크 취입에 생계를 의존하려는 가수는 1명도 없다. 결국 방송이나 디스크는 인기를 키우는 방편일 뿐이고 비어홀·나이트클럽 등 주점의 밤무대가 생계의 주무대가 되는 셈이다.
밤무대의 출연료는 인기와 미모에 따라 천차만별. 남자보다 여자가 높은 편이다.
윤복희 양은 밤무대에 고정출연하고, 있지는 않으나 행사 때 며칠씩 특별출연, 하룻저녁에 60만원씩 받는다. 윤 양은 W호텔에 12월 한달 출연 교섭을 받았는데 출연료로 1천만원정도가 약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패티」김 김상희양 등이 이런 규모의 가수들이다.
혜은이 양은 지난 8월말까지 서울의 3군데 비어홀에서 노래를 했다. 한곳의 출연료가 월 3백50만원. 그러나 이 액수가 적다고 출연을 끊었는데 다른 두 군데서 월 5백만 원씩을 주겠다고 제의해봤으나 혜은이 양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밤무대에서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여가수들은 이은하 윤시내 윤승희 정종숙 정애리 계은숙 이수미 현숙 장은숙 나미양 등인 데 이들은 월1백만 원에서 3백만 원까지 받고 있다. 물론 2, 3군데씩 겹치기 출연이다.
그러나 이런 액수는 히트곡이 많아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들이고 그렇지 못한 무명가수들은 10만∼3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남자의 경우 조용필군이 그의 그룹(「위대한 탄생」)과 함께 월8백만 원을 받았으나 인기관리를 이유로 지난5월부터 출연을 않고 있다. 최근엔 서울의 몇몇 업소로부터 월2천5백만 원에 그룹 출연요청을 받았으나 해외공연 등 조군의 스케줄 때문에 출연을 못하고 있다.
이밖에 윤항기 윤수일 최헌 최병걸 조경수 김준 장우 김세환군 등이 업소 당 2백만 원 수준이다. 듀엣을 비롯한 보컬그룹으로선 6명으로 구성된「와일드 캐츠」가 B나이트클럽에
서 월 6백만 원을 받고있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수들에게 파티초청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원이다. 정치적인 모임에서부터 외국바이어와의 상담, 동창회, 여기에 개인의 생일이나 회갑에 이르기까지 파티의 내용은 다양하다. 비교적 외모가 뛰어난 K·P· L양 등은 주한외국공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민요를 부르는 K양은 과거 모 정치인의 단골가수였다.
또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를 불렀던 하수영군은 회갑잔치의 단골이었다. 한 때 웬만한 가정의 회갑잔치엔 하군을 불러야 한다는 것이 유행처럼 된 적이 있었다. 파티의 사례비는 30만원에서 1백만원 사이. 민요가수 K양의 경우는 노래도 노래려니와 애교가 일품. 주최측의 출연료 외에 참석자들의 팁까지 받아냈다는 얘기도 있다.
가수의 수입은 본인이 명세서를 내놓지 않는 한 꼭 꼬집어낼 재간이 없다. 다만 이름을 대 알만한 정도의 수준이라면 월 3백만 원에서 2천만원 정도로 가요계선 추산할 뿐이다.

<생활비는 넉넉잖아>
그러나 이 액수가 바로 순 수입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기인이 돼서 얼굴이 알려지고 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인기 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가용이 필수품처럼 되는 데 일거리가 많아 차가 있어야 하겠지만 때에 따라선 인기유지의 한 방편으로도 차를 가져야한다. 그래서 소형차라도 될 것을 무리를 해서라도 큰 고급 차를 마련하려고 애쓴다. 차만 있다고 인기인으로서의 불편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입는 옷이 고급이고 일반인과는 어딘가 달라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도 몇 번씩 유행을 따라 부르는 노래의 무드 ,부르는 장소에 따라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가수가 밑천이 많이 드는 직업이란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다. 매니저와 운전기사에게 수당이나 월급을 주고 그리고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쓰는 생활비는 크게 넉넉한 편은 못된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것 같지만 사생활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 한 인기가수의 푸념이기도 하다. <김준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