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협」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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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9년의 제8차 동경회담이후 2년4개월, 제5공화국 출범이후로는 처음 열린 한일의원연맹 9차 총회는 안보경협타결이라는 양국정부간의 현안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측 입장에 대한 지원사격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한국측으로서는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의원연맹총회가 17일 채택한 공동성명은 외상회담 및 정기각료회의에서 양국정부가 끝내 접근점을 찾지 못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회차원에서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③항에서 양국의원단은 『북한의 무력증강 및 도발행위로 위기가 항존하고 한반도에 삼엄한 긴장상태가 존속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한편 『한반도에 있어서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영화와 안정에 극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본 의원단은 『이러한 인식아래 과중한 방위부담으로 인한 한국의 어려운 경제사정에 이해를 표명함과 아울러 한국에 대한 경제협력에 성의를 다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있다.
또 ⑦항에서 『양국 의원단은 양국정부가 협의중인 경제협력을 비롯한 각종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지원운동을 전개키로』함으로써 전항의 내용을 보다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비록 한국측의 희망대로 「안보경협」이란 문구는 삽입되지 못했지만 「안보적 인식하의 경협필요성」이란 우리측 논리는 그대로 인정한 결과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일본측은 안보경협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국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지도 모를 상황만은 피했다고 해석된다.
물론 의원연맹의 공동성명이 「조약상의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일본정부도 이 성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또 주로 친한파인 한일의원연맹소속 일본의원들이 일본의회와 국민자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성공을 과장하는 것은 지나친 약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의원연맹의 합의가 적어도 「정치적인 구속효과」는 가질 것이며 이런 점에서 앞으로 한일정부간 교섭에 있어 한국측은 일본국내의 상당한 엄호를 기대할 수는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측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한일간의 연안이 타결되자면 다양한 일본국내 여론의 여과과정을 거쳐야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이번 의원연맹총회의 성과가 다소나마 작용할 것은 틀림없다.
의원간의 친선단체이긴 하지만 이같은 표현에 합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측 논리가 일본 내에서도 수용될 여지가 상당히 넓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고 오히려 그것을 큰 성과로 봐도 좋은게 아닌가 여겨진다.
특히 양측은 처음으로 『소련의 대폭적인 군사력 증강으로 국제평화와 안정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데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안보경협과 관련한 주변정세 인식에도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양측은 대학내 공동연구기관설치·예술가정기교류·청소년교류확대 등에 합의했고 이같은 사회문화교류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가까우면서도 사실은 잘 모르는 이웃인 한일양국이 상호이해의 심도를 깊이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무역 역조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에 개선을 건의」하는 정도에 그쳤고 재일교포 법적지위·한국인원폭피해자문제·사할린억류교포송환문제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을 연구키로」만 하여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번 의원연맹총회가 과거와 같은 사교적 회합이나 몇몇 주도의원의 막후 접촉적 성격을 지양하고 이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양측 의원들이 새로운 한∼관계 정립이란 숙제를 의회차원에서부터 풀어가야겠다는 공동의 과제의식을 갖고 임한데서 비릇된 것으로 보인다. 분과위의 토의내용이 비교적 진지하고 알맹이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이러한 의욕이 구체적으로 열매를 맺는가가 남은 문제다. 공동성명에서 양측대표단이 스스로 인정했듯이 「행동과 실천」이 양국관계의 재정립에 가강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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