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통해 현실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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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떠한 시대라도 그 시대의 고통이 있다. 우리의 경우 그것은 분단과 6·25의 비극이 아직 극복되지 못했고 산업화의 과정에서 생긴 모순이 그대로 드러나는데서 찾아간다.
김성동씨는 작가로서 이러한 고통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우선 현실에 대해 철저하게 절망해보고 싶습니다. 철저한 절망만이 문제의 근본적인 인식과 해결에의 길을 열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연재의 삶이 고달프다면 그것은 지나간 세대의 삶이 역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과론을 편다. 그래서 앞으로는 해방, 분단, 6·25의 의미를 문학으로 추구해 보겠다는 생각이다.『문학은 개인적인 정서나 번민에서 시작되는 것이지만 결국은 개인을 넘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문학을 진리를 펴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김씨는『진리라고 하면 흔히들 거창하게 추상화 시켜버리는데 열강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일에서도 진리는 찾아질 수 있다』 고 말하고 문학은 이러한 일을 함으로써 사회적 상승과 역사진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만다라』가 불교적 진리의 파편을 안고 대중 속으로 돌아온 상태였다면 이번 작품 『둔주』는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김씨의 관찰과 번민의 결과다.
『시각의 확대라고나 할까요』 김씨는 자신의 작품세계가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앞으로 「깔끔한 단편」도 좋지만 중·장편에 힘을 쏟고 싶다고 한다.
또 문체도 바꾸어볼 생각이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자연과 초자연을 넘나들면서 삶을 총체적으로 묘사하는 문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혼의 세계에 파고들어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정통소설 기법보다 더 나은 표현양식이 되고, 미적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

<임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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