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구」에"이변"|동아대 우승…서울대 준우승|무명선수 스카우트, 소리 없이 실력 다져|개교 후 첫 전국제패|동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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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승 동아대, 준우승 서울대』이것은 대학 축구 사에서 지극히 이채로운 기록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일이다.』
제 35 회 전국 대학 축구 선수권대회는 첫판부터 연세대·고려대 등 명문강호들이 낙엽 지듯 허무하게 탈락, 이변과 파란을 거듭하더니 끝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두 팀을 영예의 최고봉에 올려놓았다.
동아대는 경남 대학 스포츠의 본영. 그러나 야구팀과 달리 축구팀은 해방 이듬해인 46년 개교이래(축구단은50년 창단) 단 한번도 우승이란 업적을 남겨보지 못했었다. 대학축구는 서울세가 완전히 독점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처음으로 패권이 지방대학으로 넘어간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동아대는 78년 서현옥 코치가 금호 고로부터 옮겨오면서 중흥의 의지를 다쳤고 4년 동안 금호·경신·신여실· 동아· 마산공·이리·부산상 등 전국각지의 우수 교로부터 꾸준히 선수를 스카우트, 소리 없이 저력을 길러오다가 지난봄 대통령배 전국 축구대회 때 8강까지 진출하여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학년생인 1m84cm위 장신 유망주 FW 맹수일을 중심으로 한 견실한 팀웍이 최대의 강점이다.
동아대보다 오히려 서울대의 돌풍이 더 인상적이다. 서울대 축구부(전원 사대체육과)는 일반학생과 똑같이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야하며 운동을 위해 아무런 특전·특혜도 주어지지 않는다.
학과 수업 후 하오 늦게 1시간 내지 1시간반정도 연습하는 것이 고작. 대회출전을 위한 본격적 훈련도 불과 개막 열흘 전에 시작됐다.
팀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라곤 한 학기 45만원에 축구볼·축구화 한 켤레가 전부. 따라서 유니폼과 2∼3켤레의 축구화 등을 선수각자가 준비해야 한다. 인천에서의 합숙비가 없어 매일 서울∼인천을 오갔고 단 하루 경기장 부근의 식당을 빌어 잠을 잤다.
서울대 축구부는 지난 77년 그 전해 고교 축구를 풍미했던 서울 체육고의 주전들이 대거 입학함으로써 일대에 다쿠오스로 등장해 이듬해 대통령배 전국대회의 8강까지 진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우현 코치(최근 대전대로 옮김)에 이어 현재는 체육과조교인 조성왕 주무가 코치를 겸하고 있다.
이강석·송영대 등 청소년 대표출신의 인재를 지난 봄 배출했으며 지금은 4년생인 청소년 대표 및 충무선수를 지낸 FW 강신우와 청소년 대표인 FB 최종학등 우수 선수를 포용하고 있다.
특히 강신우는 키1m 82cm의 천부적인 명 공격수로 오석재를 능가하는 큰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학업으로 충분한 훈련이 부족, 축구계의 큰 아쉬움을 사고있다.
15일 인천 공설 운동장에서 벌어진 제35회 전국 대학 축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동아대는 전반 38분 골게터 맹수일의 결승골로 승리를 쟁취했으며·서울대는 후반의 일방적인 공격에도 결정타가 불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로는 동아대 FB 이성길이 뽑혔다.
지도상을 받은 서현왕 코치는『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우승의 기록을 쌓아 가겠다. 서울대가 대학축구를 석권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우승소감을 피력.<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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