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CIA, 아프간저항군 무기공급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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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가니스탄의 미그기 2대가 지난 5일 파키스탄의 영공을 침범, 국경초소를 기총소사로 공격한데 이어 7일에는 장갑차를 탄 전투병력이 파키스탄으로 월경, 국경마을을 수색함으로써 서방측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있다.
이러한 공격행위가 아프가니스탄사태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니콜라이·피류빈」소련부외상은 지난달 27일 파키스탄을 방문,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의 회교저항군에 국경지대를 개방하고 있는데 대해 항의했다. 물론 파키스탄정부는 그와 같은 항의를 묵살했다.
사실 회교반정부자 헤딘(전사)들은 주로 험준한 힌두쿠시산맥이 내리 뻗고있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를 넘나들며 「치고 도망가기」 작전으로 소련군을 괴롭히고 있다.
80년l윌9일, 그러니까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사건이 일어나고 12일 후 미중앙정보국(CIA)은 극비의 아프가니스탄 공작계획보고서를 각성, 상원정보위원회에 제출했다.
아프가니스탄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나라를 지키게 하기 위해선 군사원조를 해야한다는 원칙아래 각종 필요한 무기의 리스트와 구입방법 및 전달방법 등이 이 보고서에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고 미국의 한시사주간지가 폭로했다.
이 CIA보고서는 당시 「카터」미대통령의 직접지시로 「브래진스키」안보담당보좌관과 「터너」CIA국장 책임아래 작성된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이집트는 회교저항군의 훈련을 맡기로 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금을 대고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제공키로 결정되었다.
미CIA보고서가 상원에서 보고되고 있을 무렵 「해럴드·브라운」미국방장관은 북경을 방문중에 있었다. 그가 들고 간 비밀서류가방 안에는 아프가니스탄 공작계획이 들어있었다.
이 시사주간지에 따르면 이 계획은 중공지도자들에게 설명되었고 소제SAM미사일과 RPG대탱크로키트포를 제공함과 아울러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국경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 신강성의 한 공항을 개방해 중공-아프가니스탄국경을 통해 무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데 동의를 얻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무가구입과 수송뿐. 중간지역과 북아프리카 심지어 유럽의 비밀무기시장을 통해 각종 소제무기들이 한 곳에 집결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집트였다.
여기서 소제무기들은 비행기에 실려 파키스탄으로 향했고 이어 기차편으로 국경까지 옮겨져 아프가니스탄 반정부회교군의 손으로 들어갔다.
나중에는 소제무기뿐 아니라 중공제·동구제 등 세계각국의 무기들이 회교저항군에 공급되었다.
결국 CIA의·1억달러짜리 작전은 예상을 적중해 8만5천명의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지금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잇단 파키스탄국경침범사건이 아프가니스탄사태의 인접국 확대조짐이냐 하는 것은 더 두고봐야겠지만 여하간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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