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트레스 해소법|하재구(관제사·서울지방항공관리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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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행기가 대형화한 요즈음의 항공사고는 그만큼 많은 인명의 손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늘의 교통을 정리하는 관제사의 임무는 말초신경을 곤두세워서 시간을 나누고 분을 쪼개며 초를 가르는 일의 연속이다.
관제탑에서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항공기를 주시하며 차량이나 인원, 언제 활주로에 뛰어들지도 모르는 짐승들, 날아다니는 새떼에 이르기까지 감시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또 기상과 비행정보를 항공기에 제공하고 이착륙 허가를 발부하며 레이다 스코프와 무선교신을 이용, 식별된 항공기를 속도· 고도·거리·시간에 따라 유도하게 된다.
이처럼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1초의 오차도 없이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자연히 하루의 근무가 끝난 다음 육체에는 스트레스라는 앙금만이 덩그러니 가라앉는다.
나는 육체에 쌓이려고 하는 스트레스를 종교의 힘으로 제거해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를 통해 하루의 평안을 빌고, 간단한 조깅과 산책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저녁에도 교회에 들러 하나님께 하루의 업무가 안전했음을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찬송과 기도와 감사하는 마음이 날마다 나의 생활을 새롭게 해주고 용기를 심어준다.
일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교회에 나가 나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신앙심을 키운다.
가끔 비번 날을 이용해서 낚시를 즐기는 것도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서 잔잔한 수면 위에 떠있는 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안온함이 나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 몸 속에 자리잡았던 피로를 밖으로 몰아낸다.
가끔 대어라도 걸려 힘차게 낚싯대를 당길 때는 몸 속에서 전기처럼 번지는 또 다른 의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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