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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녀 대학생 42명이 한국을 배운다|퍼젯 사운드대생들 중앙대 안성분교서|한국학생들과 숙식…학점 따야하는 정규수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넓은 계단식 강의실에 가득 찬 파란 눈의 남녀 대학생을. 유창한 영어로 한국을 알리는 교수들의 강의가 톤을 높이자 강의실엔 동양을 이해하려는 미국 젊은이들의 눈길이 번득인다. 중앙대 안성 분교본관 대형 강의실. 미국 퍼겟 사운드대학 (PUGET SOUND 워싱턴주 타고마시). 남녀대학생 42명(남 22명·여20명)이 지난 1일부터 이곳에서「해외 연수를 받고 있다. 학생들의 전공은 「아시아연구」(ASIANSTUDY). 모두들 3학년생이다.
이들 「파란 눈」의 미 대학생들이 중앙대 안성 분교 캠퍼스를 찾은 것은 지난1일.
지난해 겨울 중앙대 피젯 사운드대 사이에 이루어진 학생 교환 연수계획에 따라 지도교수인 굴버슨」씨 부부· 「루퍼스· 워츠」부부 등의 인솔로 한국을 찾았다.
9월말까지 한달 동안 안성분교기숙사에서 한국학생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강의를 듣는 등 갖가지 연수교육을 받는다.
상오6시. 한국 학생 1명씩과 짝 지어 배점된 기숙사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상쾌한 초가을 새벽공기를 마시며 조깅과 요가를 즐기며 한국의 아침을 맞는다.
상오 8시. 기숙사 식당에서 한국 학생들과 나란히 아침식사를 한다.
메뉴는 1천5백원 짜리 비프가스·돈가스 등 경양식. 서툰 요리솜씨에 식상한 학생들은 먹음직스런 설렁탕·곰탕·얼큰한 육개장을 즐겨 찾는다.
상오10시. 오전 강의가 시작된다. 서울대 ?덕?교수(외교학) 가「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열심히 가르친다. 강의내용은 한국에 대한이해를 돕는 것이다. 이곳에서 연수하는 학생들의 교과목은 미국 학교에서의 이수과목과 비중이 같다.」
단순히 외국풍물을 익히고 어학력을 늘리기 위한 한국학생들의 해외연수와는 다른 것이다.
이곳에서의 강의가 그대로 학점과 연결되고 수입일수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연수 기간 중 시험도 치른다. 강의가 끝난 오후.
학교측이 미리 준비한 스케줄에 맞춰 서울 비원 등 고궁이나 시내 대학들을 둘러보고 또 판문점·제3동굴 등도 견학한다.
모든 스케줄이 한국의 전통문화 등 풍물을 익히고 또한 우리의 경제·사회적 어려움과 실상을 직접 보고 느끼도록 짜여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학생들이 가장 만족스럽게 여기고 관심을 갖는 것은 연수장소가 시골 캠퍼스여서 언제나 우리의 농촌을 직접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의가 끝나면 한국학생들과 캠퍼스를 벗어나 근처 마을에 가지요. 주민들과 막걸리도 함께 마셔보았어요. 무언가 아늑한 동양고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어요.』「아시아언」이 전공 3년생인 「플리터」군(22)이 열흘동안 연수에서 얻은 것이다.
『우리를 대하는 한국교수님들이나 학생들 모두가 친절하고 적극적이에요. 물론 강의도 훌륭하고요. 불편한 점이라면 기숙사 침대가 조금 작아요.』
「테미」양(2O)은 해외연수 초행길에 한국을 찾게 된 것이 여간 흐뭇하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이곳 한국에서의 연수가 끝나면 일본· 태국 등을 거쳐 중공의 배경까지 갈 예정.
「하시아」연구 관계 재단인 미 라카데믹·플래삼 재단의 대학생 아시아9개국 순방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모두 6개월 예정에 9천 달러씩을 내고 이 연수계획에 참가했다.
『이 해외 연수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지난2년간 학교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보통 1개국에서 한달 체류하는 동안 과외 비용으로는 1백 달러를 쓸 계획입니다.』
「테미」양은 쇼핑 같은 것도 하고 싶지만 여유가 없어 비싼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시골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안성 캠퍼스 잔디밭에서 한국학생들과 빙 둘러앉아 기타반주에 팝송을 합창하는 이들 미국대학생들은 세계평화를 다지는 젊은 「우정의 사절단」 그것이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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