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88올림픽』어디로 낙착될까 나고야|치열한 유치경쟁의 전당|김택수 IOC 위원에게 들어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90년대 문턱인 88년의 올림픽개최를 놓고 서울과 일본의 나고야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경합의 장이 일단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서독의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총회에서 어떻게든 결말을 짓게 된다. 올림픽 개최지는 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무엇보다도 IOC위원들의 귀추가 가장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 IOC위원 82명중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김택수 IOC 위원이다. 역사의 광장에서 역사적인 투표권을 행사할 김택수 IOC위원은 과연 서울과 나고야를 어떻게 가름하고 있는 것일까.【편집자주】
1976년8월1일, 정확히 아침 9시45분이었다. 한국의 일요일 아침.
나는 피가 역류하는 감격 속에 한줌도 안 되는 금메달을 잡고 몬트리올 하늘 아래서 사나이의 눈물을 흘렸다.
지름6cm·두께3mm인 이 금메달이 그렇게 큰 국민의 염원이었던가.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의 양정모. 정말 이 두꺼비 같은 자식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탄생한 후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이란 말인가. 이렇게 올림픽이 어려운 것이냐.

<개최한나라13개국뿐>
지금까지 미국이 4백10개, 소련이 3백20개, 영국이 1백57개, 그리고 일본까지 73개의 올림픽 금메달 홍수 속에 빠져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욱 어려운 것이 바로 올림픽 개최.
소련이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에 첫 참가 후 72년 만인 70년에야 모스크바에서 공산국가로서 처음으로 열었을 정도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 첫 대회가 열린 후 80년 모스크바 대회까지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는 독일이 3번으로 가장 많고, 영국·미국·프랑스가 각각 2번씩이고, 스웨덴·핀란드·호주·이탈리아·멕시코·소련·캐나다 그리고 서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일본등 불과 13개국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올림픽 골드 메달리스트를 양산했던 스포츠 강국들도 올림픽개최를 이렇게 힘들게 생각할 때 불과 5년 전 몬트리올 하늘에서 첫 금메달에 사나이 눈물을 흘렸던 대한민국의 IOC위원으로서는 정말로 급격한 격세지감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이 IOC에 가입한 것은 지난 1947년.
고 이기붕씨가 초대IOC위원이 됐고 이후 이상백 박사, 백상 장기영, 그리고 본인이 승계 했다.
백상이 60년대 아시아경기대회 서울 유치 성공, 그리고 또 반납의 어려움을 치렀다면 지금은 바덴바덴에서 88년 올림픽 유치라는 막중한 임무가 맡겨졌다.
서울과 나고야 유치의 경합은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IOC위원들의 지지를 얻는데 최대의 장애가 한국이 분단국이라는 정치적인 문제다.
공산권이나 위원들이 소극적일 것이나 사상과 이념에 관계없이 IOC헌장에 명시된 것처럼 올림픽이 또다시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보이코트나 대립의 분쟁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다수의 위원들의 호응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대표의 임무는 몹시 어렵다. 그들에게 『7년 후 세계의 정치기상도는 필연코 현재 상황과 달라지거나 달라져야 한다』 는 기대와 확신을 널리 주지시켜야하고 혹은 올림픽의 서울개최가 극렬히 대립된 남북분단의 벽을 오히려 악화시켜 교류와 융합의 길로 이끄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공산권과 교류계기>
막대한 투자를 요하는 올림픽을 발전도상국인 한국이 꼭 개최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을 많은 사람이 갖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로 인한 유형무형의 무한한 이득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것은 발전도상국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는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안목에 따른 것이다.
올림픽으로 인해 한국은 중공 등 공산국과의 오랜 장벽을 최소한 문화·경제적으로 부분적으로나마 허물어뜨릴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될지 모르며 올림픽 개최국 이라는 이미지는 세계의 정치·경제·외교분야를 망라하여 효과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는 것 등이 그 예가 된다.
서울 올림픽의 예산을 현재 22억 달러로 잡고 있다. 그러나 그중 16억 달러는 수도권개발에 필연적으로 소요될 지하철 건설 등 간접비용이며 직접비용 (운동장시설비·운영비등) 은6억 달러다.
방송 중계료 수입 약2억 달러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경우)를 비롯, 2O만 명 정도의 관광객에 의한 수입 등을 감안하면 「심각한 적자」 의 후유증은 없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즉 뮌헨·멕시코·몬트리올, 그리고 모스크바까지 올림픽 개최 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는 올림픽 개최에 따른 모든 시설이 당연히 이뤄져야할 것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근대화의 지름길을 촉진하는 것들이다.

<일본은 자중지 난>
이것은 개최시장인 박영수 서울시장을 비롯, 정주영 유치 준비 위원장 등이 치밀한 계산 평가 하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서울의 이 같은 잇점에 비해 나고야의 사정은 다르다.
일본은 64년 동경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2차대전의 패망을 부흥으로 성공시켰다는 국민적 과시욕망이 강렬했을 때이고 또 72년 삿뽀로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로 호응도가 높았다.
그러나 88년 나고야 유치는 관광저해, 시 예산낭비 세 부담 증가, 그리고 경기시설과 호텔 등을 모두 서울과 같이 이용할 수 없다는 후유증을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은 나고야 유치에 대해 유치사절단 50명과 유치 저지단체 등이 바덴바덴에 함께 몰려들어 자체 속에 큰 딜레마를 안고 싸우는 셈이다.
IOC위원은 모두 89명중 7명이 사망하고 현재 66개국 82명이다.
북미·유럽 38, 중남미 14, 아프리카 14, 아시아 14, 오세아니아 2명 등인데 그 중 공산국가위원이 11명(동구 8, 북한·몽고· 쿠바 각1명씩) 중립국위원이 15명 (아프리카11, 아시아4명) 이다.
일본은 「기오까와」 (청천정이 IOC부위원장) 「다께다」 (죽전항덕)등 2명의 IOC 위원을 갖고 있다.
언어별로는 영어권·불어권·스페인어권·소련어·독일어로 대별되고 결국 캐스팅 보트는 불어·스페인·영어를 사용하는 IOC 위원들에게 달려있다.
일본은 「기요까와」 IOC 부위원장이 있어 총회에서의 발언권이 다소 강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총회의 득표는 많은 리셉션·코피타임·디너를 통한 대화에서 영향력이 미치게 되고 더욱 중요한 것은 평소에 얼마나 개인적인 유대를 맺어 왔느냐가 중요한 결점이 되는 것이다.

<바덴바덴 총회서 결정>
그 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 유치위원회의 맹렬한 개인적인 접촉, 그리고 국내의 많은 스포츠 및 경제인들이 IOC 위원들에 대한 초청 등으로 상당한 호응을 받고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 등 양국을 순방한 IOC 위원들의 한결같은 말 『서울은 올림픽 개최지로 손색없는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오히려 교통 등 부대여건은 서울이 훨씬 좋다』 고 하는 점이 고무적이다.
세계 여러 기구 가운데 1백년을 지탱해 오는 것은 IOC 뿐일 것이다.
즉 IOC는 그만큼 투철한 이념을 바탕으로 한 권위와 전통 속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IOC가 정치적 공해에 「오염」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IOC는 국제정치에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올림픽 제창자인「쿠베르탱 남작의 이념처럼 정치적 이념을 초월한 전통이 이번 총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IOC 총회투표는 개최 경합지가 2개 지역일 때는 종 다수로 결정한다. 따라서 투표가 이성적이고 신중한 입장에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과 국가가 맡겨준 임무다. 또 유치 위원단 및 각계인사와 합심하여 투표에 임하게된 이상 한 표라도 대한민국에 오도록 총력을 경주하려한다.
90년대 문턱인 88년의 올림픽개최는 역사의 장으로서 합심하여 성공을 거두려는 숭고한 사명감을 갖는다.

<정리=노진호 체육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