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언어와 고산기후의 장벽을 뚫고|셋뿐인 한국학생들이|오순도순|주말엔 한인학교서 강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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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백두산 정상과 맞먹는 이 높은 도시에 한국인학생 3명이 유학하고 있다.
이곳의 안데스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용선씨(27·전주)와 하베리아나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에 다니는 정영면씨(32·무안), 그리고 에사프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있는 최병일씨(30·이리) 등.
3명중 79년 5월에 입국한 이씨가 최고참이고 추씨가 80년 10윌, 최씨는 금년 2월에 이곳에 봤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남미 여러 나라 중 콜롬비아가 가장 전통적인 스페인어롤 계승하고 있어 중남미에선 스페인어를 전공하려면 콜럼비아로 유학을 할 정도다.

<수도는 백두산 높이>
우리 나라도 외국의 대학과 교환교수협정용 맺어 매년 교수와 학생교류가 있었으나 77년 이후. 중단됐다.
유학생 3명중 이씨만이 정부 장학금을 받아 수학중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비부담이다.
외대 서반아어과를 77년에 졸업한 이씨는 당시 국제상사에서 근무하다 정부 장학생으로 이곳 안데스대학으로 유학.
건국대 경영학과를 72년 졸업한 정씨는 수출입 은행에 근무할 당시 해외지점 확장요원으로 외국어 대학의 어학연수원에 입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정치학으로 방향을 바꾸어 명문 사립대학인 하베리아나 대학에서 유학중이다.
역시 외대 서반어과를 78년 졸업한 최씨는 대한항공에 근무하다가 도시계획 전공자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 온 케이스.
한국 유학생들이 처음에 겪는 고통은 대개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언어의 장벽.
서반어과를 졸업했거나 어학연수원에서 꽤 한다고 했지만 현지에 와서 6개월간은 강의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이곳의 대학 교육은 교수의 주입식 강의보다 학생들이 전문서적을 읽고 세미나형식으로 발표하는 방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1주일에 5∼6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다 읽고 소화시키려면 밤을 꼬박 새워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가정집에서 하숙>
거기다 음식이 전혀 맞지 않고 해발 2천6m가 넘는 고원지대여서 기후 적응도 어려워 당장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는 게 이들의 고백이다.
그러나 시일이 지남에 따라 귀도 조금씩 뚫리고 음식과 기후에도 점차 적응이 되어가 이제는 별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학비가 비교적 싸서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한 학기 등록금이 2천 페소(미화 약5백 달러)밖에 안돼 책값 3백 달러를 합쳐야 1천 달러가 채 안 된다.
기숙사가 있기는 하나 시설 부족으로 거의 차례가 오지 않아 개인집에서 하숙 생활을 하고 있다.
한달 하숙비는 중류가정에서 그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조건으로 2백 달러만 내면 숙식이 해결된다.
외국 유학생이 많아 20∼30명씩 하숙을 치는 전문적인 가정도 있으나 가격이 50달러정도 싼 대신 분위기가 나빠 일반가정집에 들어있다.
보고타의 대학에는 그 동안 한국에 나와 교환교수로 있었던 교수들이 상당수 있어 이들이 우리 나라 유학생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휴일이면 피크닉을 같이 가자고 권유하는 등 배려도 많다.
콜롬비아의 학제는 ▲ 대학5년 ▲ 고교3년 ▲중교 3년 ▲국교 5년으로 되어 있어 대학교육의 비중이 높은 편. 때문에 대학생들은 학업에 몰두하지 않고는 배우기 어렵다.
그러나 이곳에도 대학 소요사태가 심심찮게 발생해 콜롬비아 국립대학의 경우 데모 때문에 7∼8년만에 졸업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며 심지어 10년만에 졸업하는 학생까지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학원 소요 사태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나 국립대학이 특히 심하고, 국립대학 중에서도 ?과 대학은 거의 소요가 없다.
여학생들이 활달해 남녀교제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각 대학의 학파마다 남녀의 수에 별차가 없다.
경제학과나 정치학과까지 남녀학생수가 비슷하며 무역회사·운행은 여자가 오히려 많다.
대학만 나오면 대부분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강박관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유학생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한국학교의 강사로 나가 국어·국사 등을 아르바이트 겸해서 가르치기도 하고 보고타 근교로 피크닉을 가거나 테니스를 하는 등 유학생활을 그런 대로 즐겁게 보내고있다.
글·사진 고홍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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