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천박한 말 분별 없이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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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빨간 연필을 들고 틀린 글자를 고쳐가며 읽는다는 이들이 가끔 있다.
이 교정기자 정신을 TV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싶을만큼 요즘의 우리네TV에는 눈에, 귀에 거슬리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외국어로만 하는 운동중계와 해설, 대단히 똑똑한 시청자가 아니고선 그 의미파악이 어려운 프로그램 이름들-『영11』『스튜디오830』『쇼2000』등은 『뉴스 와이드』『스포츠 와이드』『뉴스 파노라마』등 완전외국어 이름과 함께 다시 생각해봐야 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한때는 연예인의 예명마저 「패티김」을 본명인 김혜자로 고쳐 부를 만큼 우리 말 사랑을 강조하던 방송에서 분별 없는 외국어 남용은 삼가야 챦을까?
더불어 고운 말 바른 말의 문제도 심각하다.
고명하신 박사요 대학교수인 출연자가 오락프로도 아닌 전공과 관련된 차원 높은 화제를 다루면서 『작살이 난』이라거나 『소리만 듣고 죽어라』라는 식의 천박한 말을 거침없이 사용해도 좋은 것인지-(24일 KBS제2TV 『9시에 만납시다』).
TV화면에 글자가 많아지면서 오자도 못쟎게 느는 것도 문제다.
한 예로 『받치다』와『바치다』 『맞추다』와『마추다』등을 혼동해서 쓴다든가 『대』와『데』 『개』와『게』등 ㅐ와 ㅔ를 정확히 구별 못하는 것 등은 어린이에게 미치는 국어 교육적 측면에서도 빨리 바로 잡아야 할 일.
발음 면에서는 흔히 TV탤런트들에게서 발견되는 실수지만 한자음에 따른 고저장단을 몰라서 전혀 의미가 다른 말이 되게 하는 때가 많고, 순수 우리말의 경우도 『빗』과『빚』과『빛』, 『낫』과『낮』과『낯』을 구별 못한다거나 『깨끗이』를『깨끄치』로 『뚜렷이』를『뚜려치』로 잘못 발음하는 예가 흔하다.
○…23일의 『독점! 여성들의 9시』 (KBS제2TV)는 모처럼 만에 좋은 토론을 보여줘서 즐거웠다.
『어린이와 만화』란 주제가 각 가정, 특히 주부들에게 당면한 문제여서 인지 토론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다양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양식이 였보였고 고정관념의 테두리를 뛰어넘은 긍정적 결론부분은 특히 바람직했다.
만화의 독자적 창작성을 당당하게 주장한 만화가나 싫든 좋든 현대가 만화시대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육학자, 어린이의 입장에 서서 만화를 봐야할 것이라는 소년신문 편집자의 말들이 만화는 해로운 것이란 만화 알레르기를 가진 많은 엄마들에게 한번쯤 다시 생각할 계기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어느 시간보다 값있었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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