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유가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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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주의 OPEC (석유론 수출국기저) 임시총회는 유가단일화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세계원유 수급 사정은 당분간 공급과잉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의 공급과잉은 원유 공급가의 실질적인 하락을 가져와 세계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수습엔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 같다.
서방석유관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몇 달 간 석유가의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고「야마니」사우디아라비아 석유상도 배럴당 34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나 국내 경제를 위해 다행스럽다.
만약 OPEC가 기준유가를 현행 배럴당 32달러에서 34달러로 책정했었다면 국내유가도 그 이상의 상습압력을 받을 것이다.
OPEC회의 기간중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유가단화에 실패한 것은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가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를 가격 카르텔로 복귀시키되 무리한 가격인상으로 세계경제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을 극력 반대해 왔다.
OPEC의 가격체계는, 작년 말의 발리도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산 라이트 원유기준 배럴당 10%올린 32달러를 간주 기준가격으로 그대로 유지한다는 데만 합의하고 계속 다원화되어오고 있다.
그래서 32달러에서 아프리카 원유의 41달러까지 9달러의 폭이 생겨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가격통일을 위해 이란·이라크 전 이후 하루 생산율을 8백50만 배럴에서 1천만 배럴로 늘려 원유공급사정을 완화시키면서 OPEC 강경파들에 단→가격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넣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9월 이후 하루 1백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도『일산 3백만 배럴의 생산과잉』 (「야마니」석유상) 이 이루어져 공급과잉현상은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생산량을 대폭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정책고수는 서방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여 세계의 경기침체를 막으려는 의도와 함께 유가단 → 화에 굴복하라는 대 강경파 산유국에의 실력행사인 것이다.
특히 리비아·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강경파들은 고 가격 고집으로 원유판매가 급감하여 나이지리아는 통상생산수준 하루 2백만 배럴이 80만 배럴로, 리비아는 1백70만 배럴이 70만 배럴로 줄어드는 등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종전의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것은 더 이상의 고유가로 세계경기가 후퇴하고 인플레이션이 격화되면 산유국에도 그 영향이 미쳐온다는 점, 현재의 원유공급과잉도 산유량의 증가보다는 세계 주요 소비 국의 수요감소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점등을 잘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고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 산유국이 수입하는 공산품· 식료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사실상 득이 될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OPEC의 가격혼란은 강경파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파의 주장에 접근하지 않는 한 당분간 이어지고 그러면 우리도 원유도입선의 다변화, 국내물가 안정실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80년 기준 우리의 도입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 61·2%, 쿠웨이트에 24·8%를 의존하고 있다.
이들 최대의 원유 도입선이 수건파의 주류이므로 국내도입원유의 가격변동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여타 도입원유의 가격하락을 기대케 한다.
전반적인 원유공급사정의 호보과 가격안정은 때마침 상승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경제에 강력한 지원을 하는 샘이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하여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으로 연결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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