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부터" 일단 밀어붙이기 … 주민들 반대로 수차례 무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될 때까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정부 불신이 꼽힌다. “일단 선정하고 보자”는 식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밀어붙였다가 주민 반대로 좌초된 전례가 여럿 있어서다. 처음은 1990년 안면도 사태다. 당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처는 충남 안면도 일대를 원자력연구소 부지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지으려는 것이 사용후 핵연료를 비롯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과기처 장관이 사퇴하고 안면도 건립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한 뒤에야 사태가 마무리됐다. 95년에는 인천 옹진군 굴업도를 다시 방폐장 부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심층조사 도중 방폐장 부지로는 부적합한 활성단층이 발견돼 포기했다.

 90년대 말 방폐장 부지 선정 업무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갔다.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카드로 내걸고 유치 공모를 받은 것도 이때부터다. 2003년 전북 부안군이 응모했지만 또다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송하중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 위원(경희대 행정학과 교수)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정부 신뢰를 바로 세우는 것이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 마련을 위한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