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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남북, 이산가족 고통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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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석은 각지에서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이 만남의 기쁨을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지만 이산가족들에겐 올해도 그렇지 못했다. 북녘 땅과 맞닿은 임진각 등지에서 정성껏 차례를 지냈지만 어디 성에 차겠는가. 명절은 오히려 그들에게 한(恨)만 깊게 하는 아픔의 시간일 것이다. 더구나 이산가족 사망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1988년 이래의 상봉 신청자 12만여 명 가운데 절반인 6만여 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말 기준이다. 지금까지 3000여 가족만이 재회한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대다수가 북측 가족을 만나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 셈이 된다. 사망자는 지난 8개월 동안 2500여 명에 이르렀다. 전체 생존자 가운데 절반이 80세 이상이기도 하다. 남북 간에는 현안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이산가족 문제 해결만큼이나 절박한 것은 없다.

 남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쌍방의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지 오늘로 만 한 달이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정치적 문제와 연계하지 말고 호응해 나와야 한다. 마침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그제 정권수립 66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선 가장 절실한 문제부터 풀어 가는 것이 순서다. 신뢰가 쌓이면 남북 간의 대규모 교류·협력 사업도 탄력이 붙지 않겠는가.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에는 성의를 보이면서 남북 간 이산가족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인 억류자 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인도적인 문제에는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해올 때는 대규모 인도적 지원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큰 틀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남북 간 경제적 격차로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부담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비공개 상봉 등 실질적인 해결을 꾀할 필요도 있다. 추석 계기 상봉은 무산됐지만 가을까지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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