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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추석 스타일…박근혜 '업무형', 김대중 '독서형', 김영삼은 '귀향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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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의 추석 명절은 어땠을까. 대체로 대통령마다 ‘조용한 명절’을 보낸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스타일은 가지각색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조용한 업무형’ 명절을 보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추석연휴(6~9일) 동안 주로 관저에 머물며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올린 보고서를 읽었다고 한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구상에도 몰두했다고 한다. 추석 당일인 지난 8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가 있는 국립 서울현충원에 성묘를 다녀온 게 외부 활동의 전부였다. 박 대통령은 올해 설날과 지난해 추석 때도 조용히 부모 묘소를 찾은 것 외에 특별할 게 없는 연휴를 보냈다. 동생 박지만씨 부부 가족과도 따로 만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의 명절 풍경은 조금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명절 때도 평소 업무 스타일처럼 왕성한 ‘활동형’ 스타일을 고수했다.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10년 9월 추석 때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방송에서 어린 시절 가난했던 추억과 모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고, 민생 현장에서 만났던 인사동 풀빵 장사 부부, 구리 시장 할머니 등과 만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추석 때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서형’ 스타일을 보냈다. 추석 연휴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채 심신의 활력을 되찾는 기회로 삼았다. 이런 스타일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이던 1995년 9월 추석 때 부인 이희호 여사와 수행원 10여명만 대동하고 서울을 떠나 2박 3일 간 제주의 한 호텔에 묵었다. 그 사이 외부 인사와의 면담은 사절했다고 한다. 그런 김 전 대통령도 외환위기를 겪어 국민이 어려움을 겼던 임기 첫해인 1998년 추석 때는 오디오 관련 제품 수출업체를 방문해 연휴 기간에도 수출 현장에서 고생하는 근로자들을 위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향의 선영을 찾아 성묘하는 ‘귀향형’ 스타일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추석이 되면 부인 손명순 여사 등 가족들과 함께 경남 거제의 고향마을을 찾아 모친과 조부모의 묘소를 성묘한 뒤 청남대(대통령의 별장)으로 옮겨 휴식을 취했다. 고향에 내려가기 전에는 수도권의 양로원을 먼저 찾아 어르신들을 위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귀향형과 업무형의 ‘절충형’이었다.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07년과 2006년 추석 때는 고향인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 직접 성묘를 갔다. 하지만 2004년과 2006년에는 각각 해외순방 준비와 북한 핵실험 임박 대응 등으로 인해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다. 박 대통령과의 차이점은 노 전 대통령은 고향에 가지 않을 때도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딸 정연씨 내외 등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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