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 별신굿 탈놀이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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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거의 인멸됐던 하회탈놀이를 복원, 전승해오고 있는 하회별신굿 탈놀이 보존회 (회장 이창희·70)는 8일 안동댐 민속 경관지에서 제1회 하회별신굿 탈놀이 정기 공연을 가졌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는 파계승의 탈선과 양반 계급의 모순을 풍자한 해학극. 옛날 사용했던 양반 선비·각시·부네·할미·이메·초랭이·백정·중·주지 등 10개의 가면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 현재 국립 박물관에 소장된 채 내용의 일부만 구전돼오고 전체를 재현하지 못한 미완성 작품이었으나 유일한 전승자인 이창희 옹이 회장직을 맡으면서 재현에 활기를 되찾게 됐다.
이옹은 1928년 마지막으로 하회별신굿놀이에 참가, 각시 역을 맡은 뒤 여기에서 손을 뗐는데 하회 가면극 연구회는 지난 78년 이옹을 다시 찾아냈다.
지금까지 원형을 찾지 못해 확실한 복원을 하지 못하고 민속 학계의 과제로 남아 있던 하회탈놀이는 완강히 거절하는 이옹을 설득시켜 이날 10마당 굿을 재현함으로써 하회 탈춤 특유의 원형을 되찾게 된 것이다.
이옹은 나이가 많아 직접 탈놀이를 못하고 회원들에게 일일이 탈놀이를 가르쳐주며 공연전날 당제를 지내는 산주역을 맡았다.
이 가면극의 마당 순서는 「강신」「무동」「주지」「살생」「살림살이」「파계승」「양반선비」「허천거리굿」「혼례」「신방」으로 짜여져 있으며 소요 시간은 일정하지 않고 흥에 겨울 때는 하루종일 계속되기도 한다.
별신굿인 이 탈놀이는 탈꾼이 재담을 털어놓으면 얼굴의 각도를 둘리는 순서에 따라 표정이 변하는 것인데 마당에 따라 내용은 다르나 권선징악을 풍자적으로 엮고 양반 선비를 비꼬는 내용, 그리고 다른 가면극에서는 볼 수 없는 「혼례」「신방」 마당에서의 에로티시즘이 대담한 표현으로 흥을 돋운다.
이 모임은 지난 74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월리엄·리시버」와 주한 프랑스 대사 등을 초청, 공연을 가졌으며 75년에는 안동 문화 회관에서 주한 외국 사절단 1백여명을 상대로 공연하는 등 이제까지 70회의 공연을 가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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