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결혼 축제 내일로 박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각가지 화제를 뿌려온 「찰스」 영국황태자의 결혼식이 29일로 다가왔다. 결혼행렬이 지나갈 거리에는 영국기와 3개의 황금색 깃털로 된 황태자깃발이 화려하게 펄럭이고있다.
■…버킹검궁전서 시작해 성바오로성당으로 이어지는 2마일의 길거리에는 혼례행렬의 진행로를 미리 답사하려고 몰리는 축하시민들로 주말의 명동처럼 붐비고있고 연도의 때묻은 건물들은 검은 때를 「증기」로 닦아내는 마지막 손질을 하고있다.
이 거리에 면해 있는 회사와 백화점·호텔들은 서로 경쟁하듯 청·홍·백의 3색 휘장과 황태자의 약혼사진으로 건물앞면을 장식해놓고 있다.
8명의 왕과 20여 개국 국가원수 및 대표들, 그리고 연도에 몰려들 1백만 명의 하객들이 참여할 이 대행사를 앞두고 런던은 크게 들뜨고있다.
■…결혼식행사는 29일 아침 10시20분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탄 마차가 버킹검궁을 떠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지난달 근위대사열식 도중 한 청년이 모의권총으로 여왕을 향해 공포를 쏜 사건이 있은 후 보안담당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여왕이나 신랑신부는 모두 무개차로 행진한다.
누구도 여왕과 국민사이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여왕의 생각 때문이다. 단, 비가 올 경우 유개차를 타게 된다.
■…캔터베리사원의 대주교 「룬시」박사가 집전하는 결혼식은 12개의 트럼프에 의한 팡파르가 울려 펴지는 가운데 신부가 입장함으로써 시작된다. 70분 동안 진행될 의식 중 하원의장인 「조지·토머스」 씨는 『사랑은 인내하고, 사랑은 극진하며 누구도 시기하지 않네』로 시작되는 고린도전서 1장 구절을 낭독한다.
음악은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악단을 비롯한 3개의 교향악단이 동원되어 「찰스」 자신이 선정한 「엘거」·「홀스트」 및 「월튼」의 곡들을 연주하고 독창은 뉴질랜드원주민 출신인 「카나와」(소프라노)가 「헨델」의 「삼손」 중의 아리아를 부른다.
■…호사다마에 속하는 두 가지 조그만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결혼식에 초대받은 스페인 왕이 참석을 거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경축사절로 참석한 「레이건」 부인이 여왕에게 절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서 구설수에 오른 사건이다.
스페인 왕의 경우는 「찰스」 부처가 두 나라간 영유권문제로 분쟁 중인 지브롤터에서 밀월여행의 항해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여왕을 만나면 「고개도 숙이지 않고 악수만 할 것」이라고 수행공보관이 발표했는데 이유는 연초에 「찰스」황태자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의전관이 「찰스」에게 황실 풍의 절을 했다가 국내의 비판으로 혼이 났기 때문이다.
국가원수의 부인이 남의 나라 여왕에게 절할 의무는 없다고 버킹검궁에서도 양해했는데 영국신문들이 이를 고깝게 여기고 있다. 특히 가디언지는 기사서두에 『한때 2류 영화의 배우였던 여자가 비밀경호원을 12명이나 데리고 모자는 다섯 개, 옷(드레스)은 여섯 벌이나 갖고 런던에 왔다』고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황태자의 결혼으로 들떠있는 영국이지만 이 행사가 「역겨워서」 외면하는 소수파들도 건재해있다.
왕실의 결혼식을 피해 공화국(프랑스나 에이레)으로 하루 여행을 떠나는 집단관광단이 곳곳에서 조직되고 있다. 자체의 전통문화를 내세우는 웨일즈지방에서는 이날 하루를 에이레로 가서 그곳의 반영노래를 들으며 즐기겠다는 관광단도 모집하고 있다. 또 스코틀랜드에서는 「왕실에 반대하는 로크콘서트」를 계획하고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반대관광단은 아예 황태자의 결혼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관광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켜지 못하게 할뿐 아니라 「결혼」이란 말 한마디만 해도 강제 하차시킨다는 규정까지 마련했다.
노동당 출신으로 런던시 의회의장인 「리빙스턴」 씨는 결혼청첩장을 받았으나 불참하겠다고 통고하면서 『유권자들은 나를 왕실결혼식에나 참석하라고 표를 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