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월정사의 폭력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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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화의 시련을 겪은 불교 조계종단이 불국사·월정사 등의 주지 문제를 둘러싸고 또 다시 고질적인 내분을 백일하에 드러내 보였다.
바리케이드·폭력 등을 동원한 힘의 대결과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들 대찰의 신·구 주지 대결의 배경은 한마디로 관람료 수입을 둘러싼 「잿밥 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주지 분규는 총무원이 지난 15일 불교계 정화 이후의 개정 종헌에 신설된 주지 정년제(본사 주지 연령 상한=65세)에 따라 김월서·김능혜 스님을 각각 불국사와 월정사의 새 주지로 임명하면서부터 장전된 시한폭탄이었다.
3월초부터 요동하기 시작한 이 두 사찰의 주지 임명 문제는 중앙 무대의 종권다툼으로까지 직결돼 지난 1월 출범한 이성수 전 총무원장체제를 급기야 불신임(5월28일)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정초우 총무원장을 중심한 집단지도 체제 성격을 띤 40대 중진들의 새로운 종권장악은 이같이 본사 주지 문제로부터 배태 된 것이었기 때문에 새 총무원 집행부는 우선 과제로 주지 임명에 단안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연7억원의 관람료 수입을 가진 불국사 주지 문제는 같은 집안(문중) 안에서 최월산 전 주지의 사제인 월서 스님과 상좌인 성타 스님 등이 각각 총무원 지지와 전 주지의 강력한 후원을 업고 경합을 벌였으나 마침내 사제 측의 승리로 끝났다.
불교계는 이번 주지 분규를 총권다툼의 밑바닥에서만 소용돌이 쳐온 본사 주지 문제가 오히려 종권다툼보다 앞서는 중대한 분규로 부상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종단 조직의 질서와 체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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