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쌓은 둑 관리마저 허술|예산 벌교 제방천 붕괴는 자초한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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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산=진창욱기자】충남 예산군 신암면 중예리 일대의 수해는 홍수 전날인 11일 상류 쪽인 홍성 부근에 2백 61㎜의 집중호우로 하천수위가 위험수준을 넘어선데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삽교천 제방의 부실한 공사 및 관리잘못, 삽교천 방조제 및 예당댐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천수위가 높아지자 중예리앞 제방이 두더지·들쥐 및 바닷게가 뚫은 구멍을 통해 물이 새어나갔고 수압으로 점점 구멍이 커져 마침내 6개소의 제방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며 마을을 덮쳤다.
이 제방은 20년전 개흙으로 쌓아올려 약한 응집력 때문에 제방 흙이 물에 쉽게 쓸려 내렸다는 것이 수해후 현지를 둘러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5∼6월의 가뭄에 농민들이 하천수를 이용하기 위해 제방 윗부분을 일부 파낸 것도 제방이 허물어진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중예리 이장 이규식씨(41)등 주민 8명과 함께 홍수가 나기 직전 제방점검을 나갔다가 제방 중간 여러 곳에서 직경 3∼30㎝의 구멍을 통해 물이 새고있는 것을 보고 가마니 등으로 막았으나 걷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장 이씨는 제방이 터지기 전 마을에 연락, 나머지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나 이 홍수로 전답 1천 5백여 정보, 가옥 1백 51채가 방안까지 침수 됐다. 이 제방은 상류 쪽인 별리제방보다 높이가 0·5∼1m가량 낮고 윗부분 두께도 절반 이하인1∼1·5m로 약한데다 별리 쪽보다 강바닥이 낮아 상류에서 많은 물이 몰릴 때 중예리쪽은 자연히 수위가 오르게 되어있다.
이같이 지리적으로 불리한데다 30여km 떨어진 예당 댐에서는 수문 26개중 20개를 열어 매초 5백 20t의 물을 무막천으로 방류한데도 커다란 이유가 있다는 것.
무한천의 수량이 많은 급류가 하평리쪽에서 삽교천과 만나면서 삽교천의 진행을 막고 일부는 역류현상을 보여 중예리쪽 수위가 오를 수밖에 없었고, 방조제 역시 서해의 만조로 삽교·무한천의 물을 바다로 쉽게 홀려 보내지 못한 것도 이번 홍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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